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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영방송에 "보안법 우호여론 조성" 지침…노조·야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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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영방송에 "보안법 우호여론 조성" 지침…노조·야당 반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라는 사실상의 지침을 공영방송에 내려 언론 통제가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공영방송 RTHK를 이끄는 레응가윙(梁家榮) 방송처장은 이날 홍콩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회의를 갖고 향후 방송 원칙 등을 논의했다.
회의가 끝난 후 유진 찬(陳建强) 자문위원회 주석은 "회의에서는 홍콩에서 시행될 새로운 법들을 널리 알릴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을 교육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찬 주석이 말한 새로운 법들은 홍콩보안법과 국가법(國歌法)을 말한다.
지난달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초안을 통과시킨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통과시킨 국가법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찬 주석은 "공영방송이 대중의 국가 정체성 함양을 돕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가 RTHK에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들은 (홍콩보안법 등을)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홍콩보안법 등에 비판적인 시각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RTHK 노조와 야당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홍콩보안법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야 한다는 이러한 요구는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RTHK 헌장에 위배되는 것이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파인 클라우디아 모 의원은 "이러한 조처는 공영방송을 해체하고, 언론의 자유를 대폭 후퇴시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RTHK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RTHK의 정치 풍자 프로그램 '헤드라이너'(Headliner·頭條新聞)가 홍콩 경찰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내자, 홍콩 당국은 이에 대한 제재를 내렸다. 결국 RTHK는 헤드라이너를 이달 내 종영하기로 했다.
나아가 홍콩 정부는 공무원들로 이뤄진 조직을 만들어 RTHK의 운영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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