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 진화 '열쇠'는 맨틀이 쥐고 있었다
미생물 광합성 산소 화산가스가 가져가 '대산화사건' 늦어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는 대기 중에 산소가 쌓이며 다세포 생물의 출발점이 된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 이전에 이미 수억 년에 걸쳐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던 미생물을 갖고 있었지만 이들이 만든 산소를 모두 화산 가스에 뺏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24억년 전 대산화사건 이전에 남세균 등 광합성 미생물이 수억 년간 산소를 뿜어냈지만 화산에서 배출된 가스와 결합해 다른 화합물로 바뀌는 바람에 대기 중에 쌓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학(UW)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우주과학 연구원 가도야 신타로(門屋辰太?)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산화사건 이전 미생물이 배출한 산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지 못하고 사라진 원인을 화산 가스에서 찾은 연구 결과를 오픈 액세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지질 기록으로는 광합성 미생물이 대산화사건 수억년 전부터 출현한 것으로 나타나 광합성을 하면서 배출한 산소의 행방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돼왔다.
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발굴된 약 35억5천만년 전 고대 화산암을 분석해 초기 지구의 맨틀이 현재보다 덜 산화돼 산소와 반응할 수 있는 물질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지구의 초기 지각이 형성된 약 40억~25억년 전 '시생누대'(Archean Eon) 때는 현재보다 화산 활동이 많았으며, 이때 배출되는 용암과 가스는 산화가 덜 된 맨틀 물질의 화학적 구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화산 폭발 때 산소와 쉽게 결합하는 수소와 같은 가스를 더 많이 배출해 대기 중 산소를 다른 화합물로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지각 밑 맨틀의 화학적 구성이 화산폭발로 분출되는 용암과 가스의 성분을 결정하고 궁극에는 대기 중 산소 농도까지 결정하는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맨틀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산화가 진행된 자료와 약 25억년 전 이후 특정 시점에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가 화산 가스와 결합해 사라지는 산소를 초과하며 대기 중에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나타내는 퇴적암 증거를 결합해 보여줬다.
논문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캐틀링 UW 교수는 "산소와 결합할 수 있는 화산 가스는 기본적으로 광합성이 시작된 이후 수억 년간 생성된 산소를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이라면서 "맨틀 자체가 점점 더 산화하고 산소와 결합할 수 있는 가스의 양이 줄어들면서 산소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도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 맨틀의 진화가 대기의 진화를 좌우하고 생명체의 진화까지 통제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대로 맨틀 내 변화가 대기 중 산소를 제어할 수 있다면 궁극에는 생명체 진화의 속도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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