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군 소비성향 정보 8천만원에 팔려…출범 한달 데이터거래소
배달앱 이용자 주문 음식 등 315건 등록
지자체·기업 등에서 문의 잇따라…정책 수립·맞춤형 광고 등에 활용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고객들의 금융 정보를 가공해 사고팔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가 오는 11일 출범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수백만~수천만원 규모의 거래가 속속 성사되고 있다.
특정 아파트 거주자들의 소득 분포부터 한강공원 이용자의 편의점 이용 행태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기업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13건 거래…신한카드 소비 데이터 '최고가' 기록
9일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개장한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한 달간 등록된 데이터는 총 315개다.
유료 상품이 294개(고정 가격 108개·협의 가격 186개), 무료상품이 21개다.
이 중 거래 성사된 상품은 총 113개다.
유료로 거래된 상품은 7개로, 거래 규모는 약 2억2천만원이었다. 1건 거래당 평균 3천만원 수준이다.
최고가로 거래된 상품은 신한카드가 등록한 '맞춤형 광고 제공을 위한 카드소비 데이터'로 약 8천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데이터는 유료로 거래된 상품이라 자세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지만 성별, 지역별, 연령대별 고객군의 특성 및 소비 업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특정 고객군의 소비 성향을 알 수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온라인 광고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역별 카드 소비 데이터, 지역 단위 소득·지출·금융자산 정보 등이 유료로 거래된 정보들이다.
무료 데이터 중에는 ▲ 시군구별 요식업종 가맹점 데이터 ▲ 전국 나홀로 아파트 정보 ▲ 코로나19 소비 동향 데이터 ▲ 시군구별 업종별 가맹점 데이터 ▲ 전국 빌딩 정보 등 순으로 인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고객들이 소비 정보가 직접적으로 담긴 카드사들의 데이터들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등록되지 않은 자료를 카드사에 '맞춤형'으로 요청하는 등 다양한 거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새벽배송 최다 이용자는 '35~44세 여성'…한강서 배달 1위는 '치킨'
카드사들이 거래소에 올려둔 상품은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는 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KB국민카드가 올린 '한강공원 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를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치킨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전 연령층 모두 치킨 소비가 많지만, 40대의 경우에는 햄버거와 중식도 많이 배달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주된 소비자층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있다.
KB국민카드의 '식재료 배송&간편식 업종 이용 트렌드'의 특정 기간 샘플 자료를 살펴보면 35~44세 여성들의 결제 건수(35만4천427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25~34세 여성(22만9천704건), 45~54세 여성(15만5천556건), 35~44세 남성(7만9천575건) 등 순으로 새벽 배송을 많이 활용했다.
신한카드가 등록한 '아파트 단지별 거주자 정보'에는 특정 아파트 거주민들의 연령, 성별, 자녀 연령, 소득 수준, 직업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아파트단지 25평형 거주자 직업군 중엔 전문직이 34%로 가장 많았다. 교육직(25%), 자영업(17%), 공무원(10%), 자산소득가(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 소득 분류로는 3천만~5천만원 구간 거주자(34%)가 가장 많았으나, 1억원 이상 구간에 속한 거주자도 9%에 달했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특정 아파트 거주자 분석을 통한 백화점·대형 마트 입점 전략 수립, 요식업 가맹점 유휴 시간 파악을 통한 공유 주방(비용 절감을 위해 주방공간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쓰면 형태) 발굴,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자체의 지원 정책 수립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 상품들"이라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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