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기미 없는 항공업계 M&A, 이달 안에 향방 갈릴까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현산에 '최후통첩'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놓고 '평행선'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이달 내에 향방이 갈릴지 주목된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제주항공[089590] 모두 이달 내에 한발 나간 입장을 제시하지 않으면 각각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모두 작년 말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면서 거래 최종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거래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지만, 이달 말까지 합의를 보지 못해 종결 시한을 늦추지 않으면 사실상 계약 자체가 무산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양측 모두 인수 포기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어 이달 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인수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결단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산이 채권단과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인수 포기설을 흘린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 포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 내에서도 '플랜B' 수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이 인수 계획을 철회할 경우 채권단은 당분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하에 두고 추후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에어부산[298690] 등과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일본항공의 기업회생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역시 최근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명목상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의 미승인이지만, 실질적인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지난 2월부터 임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체불 임금만 250억원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에 책임을 넘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최근 노조 측과 간담회를 갖고 "파산은 면해야 하지 않느냐"며 "4월 이후 휴업수당을 반납하는 데 동의하면 2∼3월 체불임금은 최대한 지불하고, 제주항공을 통해 고용 승계도 보장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62명을 정리해고하기로 정해놓고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식으로, 정리해고를 무기로 체불임금 반납을 요구했다"며 "이미 일부는 희망 퇴직했고, 정리해고 인원도 정해진 마당에 고용 승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천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인 만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딜 클로징을 위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금 119억5천만원을 제외한 차액 425억5천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체불 임금 지급 의무는 이스타항공 법인체에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250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하고, 딜 클로징 후 경영진으로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도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노조는 이 의원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의원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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