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25% 이상·'중대한 영향력' 또는 자산 매입 시 정부신고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치가 떨어진 자국 기업이 헐값에 해외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법규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하는 외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 시도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차이나머니가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경영 상태가 취약해진 영국 기업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기업들은 향후 외국 기업이 전체 지분의 25% 이상 또는 '중대한 영향력'을 취득하거나 자산·지적 재산을 매입하려고 할 때 정부에 보고하게 된다.
특히 외국 기업이나 적성국이 기업 인수를 통해 스파이 활동 등 '부적절한 영향력'을 발휘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위험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이번 법안이 전임 정부에서 구상한 것보다 훨씬 진전된 내용일 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 도입에 따라 기업들도 정부에 자발적으로 인수합병 사실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국면에서 영국 기업들이 외국의 인수 공세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영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 지원을 받는 해외 기업들로부터 어느 때 보다 더 거센 인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기업과 직결되는 안보 문제는 물론, 영국 경제까지 외국 정치인의 손에 넘어가게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존슨 총리 역시 영국의 기술력이 '저의가 있는' 나라들에 팔려나갈 것을 우려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른 판단"이라며 이번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이미 영국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의 역할을 대폭 줄이거나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나섰다.
더타임스는 곧 의회에 상정될 예정인 이번 법안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로 껄끄러워진 중국과의 갈등이 또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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