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네이버공화국·카카오유니버스…편해서 좋은 걸까요
국민 검색포털·메신저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이미지 변신 박차
유료멤버십·증권투자 등 혜택·서비스 확대…'공룡급' 지배력에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네이버 공화국', '카카오 유니버스' 시대가 도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IT기업의 '폭풍 성장'이 산업계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사실상 전 국민인 두 기업의 이용자들은 당장은 일상에 편의가 더해져 반갑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공룡'이 되는 두 기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걱정이 가득하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근 행보는 '종합 IT 플랫폼으로의 이미지 변신'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네이버는 20여년간 '국내 최대 검색 포털'로 자리매김했고, 카카오는 10년 동안 카카오톡 서비스로 '국민 메신저'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런 두 기업이 최근 들어서는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신을 새로 브랜딩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달 1일 출시한 유료회원 제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가 소비자들의 일상을 '네이버라이즈드(Naverized)'하겠다는 야망을 구체화한 첫 시도다.
네이버라이즈드는 미국 아마존이 유통 패권을 쥐어 미국 국민이 '아마조나이즈드(Amazonized)'됐다는 표현에서 파생된 업계 용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요약하면 "월 4천900원을 내고 쇼핑·음악·웹툰·클라우드 등을 모두 네이버로 쓰는 '충성 고객'이 되면 파격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네이버플러스 회원은 네이버 쇼핑에서 한 달에 20만원을 쓰면 4% 적립, 20만원∼200만원을 쓰면 1% 추가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웹툰·웹소설, 음원 감상, TV 다시보기, 클라우드 100GB 이용권, 오디오북 등 부가 혜택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006800]와 함께 출시할 예정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도 유료 멤버십에 결합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최근 기업 가치 급성장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시가총액이 23조원을 돌파해 현대자동차·LG생활건강을 누르고 국내 8위까지 뛰어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시총으로 현대차를 앞지른 것은 한국 산업의 버팀목이 제조업에서 IT산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카카오의 고공 행진 역시 금융·콘텐츠 분야 사업 확장 덕분으로 평가된다.
올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하면서 증권·투자 사업에 본격 진출한 카카오는 최근 투자 상품을 펀드까지 확장했고, 종합 자산 분석·관리 서비스도 강화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카카오 플랫폼을 통한 주식 거래도 가능해질 전망이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까지 성공하면 카카오에서 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전자상거래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도 2명 이상 모이면 공동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톡딜'을 앞세워 쇼핑 분야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콘텐츠 관련 계열사인 카카오M·카카오페이지도 영화·드라마·음악·웹툰 등 콘텐츠 시장에서 국내외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 대다수가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달고 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종합 혜택을 늘리니 소비자들은 반갑다는 분위기다.
2살 아이를 키우는 박모(37)씨는 "생필품을 마트 대신 온라인에서 사는 시대인 데다가 아이까지 생기니까 온라인 쇼핑을 한 달에 100만원 넘게 한다"면서 "빠른 배송보다 다양한 혜택을 주는 네이버플러스 회원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른바 '공룡 기업'이 되는 네이버·카카오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서비스 초반에 고객을 늘리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식 파격 혜택을 뿌리는 게 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네이버가 유통업계까지 잠식하려고 하니 반칙 아닌가 싶다"고 불평했다.
금융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쇼핑·금융 관련 기능을 보면 스타트업이 먼저 했는데 네이버·카카오가 따라 했다는 의혹이 드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두 기업도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는데 '후배 스타트업'을 위한 배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단체들은 "네이버·카카오가 플랫폼으로서 산업 전반의 지배력을 과도하게 키우면 모든 기업의 '갑'으로 군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신의 눈 밖에 나는 콘텐츠 공급 업체를 아마존닷컴 노출에서 배제하는 등 행태로 비판받았던 아마존의 전철을 네이버·카카오가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두 기업은 전 국민의 생활에 이미 지배력을 가졌다. 이제 기성 대기업들이 두 기업과 협업하려고 줄을 설 것이고, 관계를 맺지 못한 기업은 배제될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스타트업·벤처가 자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정한 '판'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