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인터넷 차단 소송' 재판 화상중계…해커들 끼어들어
줌서 판사 말하는데 해커가 장악…"조코위 공개사과" 판결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화상 중계로 진행된 재판을 해커들이 끼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3일 오전 10시부터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주 행정법원의 '파푸아 인터넷 차단소송' 재판이 진행됐다.
작년 8월 뉴기니섬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서 반정부 소요사태가 발생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2주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군·경을 대거 배치했다.
뉴기니섬 서부 반쪽을 차지하는 파푸아는 50년 전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편입됐으며 이후 현지 분리주의 단체들은 산발적으로 무장독립 투쟁을 벌여왔다.
인도네시아 독립언론인연합(AJI) 등 언론·인권단체들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조니 G.플라테 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2주간의 파푸아 지역 인터넷 차단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 이날 마지막 재판이 열렸다.
재판 시작 후 30분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화상중계 화면을 해커들이 장악했다.
해커들은 판사가 말하는데 노래를 부르고 욕설을 하는 등 다른 소리를 송출하고, 포르노 이미지를 화면에 띄웠다.
재판 진행자들은 해커들을 중계화면에서 내쫓고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데 시간을 소요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통해 조코위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장관이 파푸아 인터넷 차단에 관해 인도네시아 국민, 특히 파푸아 주민들에게 공개사과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조코위 대통령과 정통부 장관이 모든 언론 종사자에게 사과하고, TV·라디오를 통해 공개서한을 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인터넷 봉쇄 행위는 법률을 위반했다"며 "앞으로 인도네시아 모든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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