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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가도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연체율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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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가도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연체율 폭풍전야
"연체율은 후행지표…일정시점 지나면 갑자기 오르는 경향"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김다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와 기업 대출이 크게 늘면서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연체율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대출로 버티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결국 빚을 갚지 못하는 경제주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규모 연체가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여신 연체율은 4.0%로 작년 말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작년 1분기(1~3월) 상승폭(0.2%포인트)보다 0.1%포인트 크다.
은행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여신 연체율은 0.39%로 작년 말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작년 1분기 상승폭(0.06%포인트 상승)보다는 작다.


하지만 이 지표만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연체는 한 달 이상 갚지 못한 대출을 의미하는 만큼 3월 말 기준은 코로나19 영향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월 말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연체는 일러야 3월 말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 총량이 급속히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연체율은 연체액을 총대출액으로 나눠 계산하는 개념이다. 분모인 대출액이 연체액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시기엔 연체율이 오를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연체율은 후행지표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4월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75조4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액(21조9천억원)의 3.4배에 달한다.
정부가 주도한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프로그램 역시 연체율 착시를 일으킨다. 만기가 연장되고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면 연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최악의 상황은 1년쯤 지나고 왔다"며 "연체율은 후행 지표이기 때문에 일정 시점을 지나면 갑자기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0.75%→0.50%)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은 한동안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이나 자영업자, 실직·급여 삭감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임금 근로자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급할 때 빌려 쓰는 돈의 가격을 낮춰주다 보니 대출 총량도 더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나중이다. 계속 대출로 버틸 수는 없고 대출 부담은 결국 누증하므로 가계든 기업이든 견딜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누증하는 부채를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연체가 폭증하면 위기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나아가 경제 시스템 전체에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부터 대출 부실화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섭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난다면 지금 돈을 끌어다 써도 상관이 없지만, 내수가 계속 침체하고 세계 경제도 안 좋아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래도 가계부채가 많았는데 이번에 더 늘면 갚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공급하는 유동성도 결국은 다 부채이며 코로나가 끝났다고 빚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끝나고 대출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peed@yna.co.kr,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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