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버팀목' 기대하는 정부 성장률 전망
"내년엔 잠재성장률 복귀" VS "코로나 이전 궤도 복귀 판단 일러"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올해 한국 경제가 0.1%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 비교해 낙관적이다.
정부는 경제전망을 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의 전망을 비중 있게 참고한다.
IMF는 지난 4월 14일 올해 세계 경제가 -3.0%, 한국 경제가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 달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0.5%)와 하반기(0.1%)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국책연구원인 KDI는 지난달 20일 상반기 -0.2%, 하반기 0.5%로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과 KDI 전망은 올해 우리 경제가 0% 안팎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엄중한 전제를 달았다. 국내와 전 세계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 전 세계 경제 활동 재개가 지연되면 올해 한국 성장률이 -1.6 ~ -1.8%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해외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3분기에 정점에 다다를 경우 세계 경제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역성장을 경험한다고 예상했다.
한은이나 KDI 모두 성장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플러스 성장을 내놓은 데에는 적극적 재정확대 기조 아래 동원할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총 250조원(GDP 대비 13.1%)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을 통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위축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내수기여도가 0.7%포인트, 수출이 -0.9%포인트로 예상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재정을 통해 내수의 추가 악화를 어느 정도 막겠다는 정부의 기대가 무리한 목표는 아닐 수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경기에 하방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추경과 여러 정책의 효과를 고려해 전망했다"며 "정책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올해 성장률이 0.1%를 나타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경제가 가까스로 2.0% 성장을 달성한 데에는 정부 기여도가 1.4%포인트나 차지했다. 민간 기여도(0.6%포인트)의 3배에 이른다.
재정 집행 확대가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기여도가(1.0%포인트)가 민간(0.4%포인트)의 2.5배에 달할 정도로 재정을 집중적으로 집행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는 성적을 낸 바 있다.
본예산과 1~3차 추경까지 모두 고려하면 금년 정부 총지출은 15%를 훌쩍 넘어선다. 금년도 본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은 9.1%였다.
KDI는 1·2차 추경(23조9천억원)이 올해 성장률을 0.5%포인트 정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중앙재정을 35.3% 조기 집행해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재정을 62.0%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3차 추경에 소비 진작에 역점을 뒀다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고 계산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해는 1953년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1980년(-1.6%), 1998년(-5.1%) 단 두차례 밖에 없다.
내년 한국 경제가 보일 성장을 두고도 평가도 다소 엇갈린다.
정부는 내년 한국 경제가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잠재 성장세 궤도로 복귀한다고 예상했다.
기저효과 영향이 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2% 중반인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에는 경제가 리바운드(Rebound)해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분명히 높은 숫자"라며 "다만 성장률이 낮았다가 다시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KDI는 한국 경제가 올해 0.2%, 내년 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연평균 2% 성장하는 것으로 잠재성장률이 2.4%라고 추정한다면 내년에도 그 경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년 성장률을 3.1%로 전망한 한은의 이환석 부총재보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숫자만 보면 높은 수준이지만, 빠른 속도 회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자체는 잠재성장률보다는 높다"면서도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의 궤도로 복귀했다고 평가하려면 내후년 성장세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충격에 경기가 크게 꺾이면 원래 궤도로 돌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금융위기 이후 사례를 보면 복귀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는 반등하기보다는 회복 흐름을 나타내는 데 그칠 것이며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j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