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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코로나19로 민낯 드러낸 인도 빈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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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코로나19로 민낯 드러낸 인도 빈부의 명암
"상위 1%가 부의 60% 차지"…서민 다수 생존 위협 시달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 각종 실내 운동기구가 설치된 공간이 TV 화면을 채운다. 한 사람은 천장에 고정된 링에 매달려 체조를 한다. 다른 이는 요가에 몰입한다.
#2. 길가 공터에 간이침대만 덩그러니 놓였다. 공터 주변에는 노끈으로 울타리가 쳐졌고 떠돌이 개 몇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아기를 안은 한 여성의 '임시 주거지'다.
모두 최근 인도 뉴스 채널에 소개된 장면이다.
장면1은 답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이들의 예다. 집안에 작은 체육관을 마련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인도인 대다수에게 이는 '그림 속 그들만의 세계'다.
인도에서는 상위 1%가 전체 부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탓이다.
인도 사회개발위원회(CSD)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 상위 1%가 차지한 부의 비중은 2015년 22%에서 2018년 58%로 급격히 확대됐다.

소수에 부가 쏠림에 따라 다수 서민의 삶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실제로 뭄바이 등 대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은 빈민촌에서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 상황도 크게 나을 게 없다.
2016년 인도 국가표본조사기구(NSSO) 통계에 따르면 인도 농가의 한 달 평균 소득은 6천400루피(약 10만5천원)에 불과하다. 부자들의 한 끼 식사 가격에도 못 미친다.

장면2의 주인공은 대도시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귀향한 이주노동자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자 수백㎞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을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주민이 주거지 밖에서 격리 기간을 보내라고 강요해서다.
이 여성은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 후반까지 치솟고 밤에는 야생 동물이 들끓는 공간에서 아기와 함께 2주 이상 살아야 한다.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지난 3월 전국 봉쇄 조치를 도입한 후 극심한 빈부격차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평소에는 좀처럼 부각되지 않던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집중적으로 조명받았다.
한 레미콘 차 안에 숨어 탄 18명의 이주노동자, 단칸방에 6∼7명이 몰려 사는 빈민 등이 그러한 예다.
이들에게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한가로운 이야기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당장 굶주림 때문에 죽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소수 부유층은 인테리어와 재테크 등 '삶의 질'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꼬집었다.
일부는 자녀와 함께 의료 시설이 잘 갖춰진 선진국으로 이미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 국내선 운항이 재개되자 한 사업가는 가족 4명을 고향으로 실어오기 위해 180석짜리 여객기를 통째로 빌리며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부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병원이다.
인도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지정 국공립 병원이나 사립 병원 중 한쪽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 관련 하루 병실 이용료의 경우 국공립과 사립병원의 차는 1천루피(약 1만6천원)부터 최대 10만루피(약 160만원) 이상까지 하늘과 땅 차이다.
사립병원에서 중환자실을 이용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질 경우 치료비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부유층 대부분은 사립 지정병원을 선호한다.
사립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국공립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국공립 병원은 시설이 양호하지만, 상당수는 '없던 병이 생길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뭄바이의 한 시영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옆에 시신을 방치해 논란을 빚기까지 했다.
파이낸셜 익스프레스는 "인도의 부자들은 빈민 구제를 정부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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