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에 '심야의 일격'…홍콩 특별지위 '철퇴' 수순 초강수
미 국무부 "홍콩 고도 자치권 못 누려"…대중국 제재조치 '포문'
중, 28일 홍콩보안법 처리 예상…내정간섭 비난하며 보복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처리키로 한 전날 밤 미국은 기선제압이라도 하듯 홍콩의 자치권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전격적으로 내리고 홍콩이 미국에서 각종 혜택을 부여받은 근거인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수순을 밟으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가뜩이나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파열음을 내는 와중에 홍콩보안법 문제까지 겹쳐 미중이 '신(新) 냉전 체제' 속에 거칠게 충돌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미국의 홍콩보안법 반대를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경고한 상황이라 당분간 미중 간 갈등이 확대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7일 낮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외신의 첫 보도가 나온 것은 27일 낮 11시40분으로, 이는 중국 베이징 시간 27일 밤 11시 40분에 해당한다.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처리키로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선수를 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오늘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뒤 이번 결정이 기쁘지 않다면서도 타당한 정책 결정에는 현실 인정이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 시 미국이 경고해온 대로 제재 조치에 본격 착수한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제정된 홍콩인권법은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수준에 미달한다고 평가할 경우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의 전 단계로 자치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로는 미국이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부여하는 경제·통상 등 특별지위를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시도에 불쾌해하고 있으며 만약 중국이 홍콩을 장악한다면 홍콩이 어떻게 금융 허브로 남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내게 말했다"며 특별지위에 손을 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언론은 홍콩을 탄압하려고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의 거래 통제와 자산 동결, 입국금지 등 제재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이 현재 누리는 경제적 특권을 일부 혹은 전부 끝낼지에 대한 결정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런 압력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해온 만큼 예정대로 홍콩보안법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제재 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경고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시간으로 27일 낮 정례브리핑에서 "외부세력이 홍콩에 개입하는 잘못된 행위를 하면 우리는 필요한 조치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홍콩 특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입법은 순전히 중국 내정"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중국은 지난 22일 미국이 중국의 기업과 정부기관을 제재했을 때도 "중국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와 국가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상응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현지시간 28일 오후 3시 홍콩보안법 초안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며, 역대로 전인대 전체회의 표결이 부결된 경우가 없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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