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해외 공장 일제 재가동…'포스트 코로나' 본격 박차
삼성·LG, 인도공장까지 가동…총수들 현장 경영 재개 의지 강조
추가 투자 등 연이을 듯…미중 무역분쟁은 새로운 리스크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최재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차츰 진정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사실상 멈췄던 활동을 재개하며 '포스트 코로나'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동을 중지했던 해외 공장들을 일제히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총수의 공개 행보나 굵직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사업 효율화와 인수·합병(M&A)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갈등 격화가 코로나19 외에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 삼성·LG 인도 공장 재가동…글로벌 생산라인 정상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가장 늦게까지 셧다운(일시 폐쇄)했던 인도 생산 공장 재가동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에 자리잡은 스마트폰 공장을 지난 7일부터, 첸나이 가전 공장은 14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 역시 푸네 가전공장을 18일부터, 노이다 가전 공장을 22일부터 재가동했다.
각국의 이동제한 명령이 완화되면서 지난달 말과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미국, 유럽 등의 공장은 먼저 가동을 재개했다.
봉쇄 조치가 가장 엄격했던 인도에서도 주 정부와의 협의로 제한 조치가 끝나면서 공장을 재개, 글로벌 생산라인이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인력 파견도 줄을 잇는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합의해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 제도가 이달 초 마련되자마자 삼성,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신속하게 중국 공장에 인력을 파견하고 나섰다.
모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력 산업 관련 인력으로 대기업들 모두 막혔던 중국 입국이 뚫리자마자 경쟁적으로 인력을 보내 증설 등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속통로 제도 시행 20여일 만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006400],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의 인력 1천여명이 중국으로 입국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해외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5월 안에 끝나 다행"이라며 "생산 정상화로 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해외 공장 증설 작업에도 속도를 더욱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발 묶였던 총수들 공개 행보 재개…코로나 위기 극복 의지
한동안 주춤했던 대기업 총수들의 '포스트 코로나' 경영 행보가 부쩍 눈에 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이후 13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회동했고 17∼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장을 다녀왔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3일간 코로나 검사를 3차례나 받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경영 행보를 재개함으로써 위기 돌파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이 출장을 다녀온 직후인 21일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0조원 안팎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일 헬기 편으로 LG화학 사업장을 방문해 LG화학의 잇따른 국내외 사고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처음으로 공식사과했다.
구 회장은 "기업은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 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한다"며 "안전·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에는 국내외에서 열린 연구개발 인력 채용 행사에 직접 참석하고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비교적 활발히 공개 행보를 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 영향으로 2월 디자인경영센터 방문 외에는 현장 경영 행보가 없다가, 사고 현장 방문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사업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다.
◇ '미래 투자' 가속 전망…미중 무역분쟁 리스크 가중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멈췄던 경영 활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투자,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자족' 압박에 따라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 공정 생산 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하자,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2030'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TSMC 견제를 위해서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가 필요한 만큼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압박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미중 갈등 격화가 세계 경제를 또다시 뒤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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