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기억 끌어내 다듬는 뇌의 '업데이트 기제' 발견"
무관한 상황으로 기억 소환하면 '기억 오류' 생길 수도
호주 시드니 공대 연구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쓸모있는 기억은 처음부터 잘 형성되고, 나중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떠올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짧은 순간에 갑작스러운 일을 경험했을 때 더욱더 그렇다.
기억을 가공하는 미묘한 개인차와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같은 신경질환으로 인해 기억이 정확히 입력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인간의 뇌가 옛날 기억을 다시 떠올려, 엉클어진 부분을 다듬고 보완하는 업데이트 기제를 호주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다시 말해 희미한 기억을 비슷한 상황에 다시 끄집어내 강한 기억으로 갱신한다는 것이다.
시드니 공대(UTS) 신경과학 재생의학 센터의 브라이스 비셀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2일 발표했다.
이 기억 업데이트 메커니즘이 항상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처음 기억이 형성됐을 때와 비슷하지만 사실은 무관한 상황에 기억을 불러내면 문제가 생긴다. 뇌가 업데이트 결과를 심하게 왜곡해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 남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재강화(reconsolidation)'라는 분자 메커니즘이 기억의 정상적인 업데이트를 중재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 발견은 일상적인 불안증, 기억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이 생기는 이유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아울러 정확한 기억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법정 증언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비셀 교수는 "전혀 무관한 상황에 기억을 불러내면 뇌는 이 상황을 새롭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 상황으로부터 소환된 기억을 업데이트한다"라면서 "이게 바로 기억 오류가 생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생쥐 실험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하나 발달한 뇌를 가진 인간 등 포유류와 다른 많은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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