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코로나19 회복기금' 제안…EU 분열 잠재울까(종합)
안갚아도될 보조금…갈등잦은 쌍두마차의 남북분열 해소책
EU집행위·ECB 환영…오스트리아 "대출 후 상환" 반대 의견
(베를린·브뤼셀·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김정은 특파원 현혜란 기자 =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5천억유로(약 667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회원국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각각 베를린과 파리에서 화상으로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제안한 공동 기금은 EU 27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차입해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본 부문과 지역"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출이 아닌 보조금"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은 나라들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메르켈 총리는 "현재 기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평상적이지 않은 위기이기 때문에 평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에 충분한 연대를 보여주지 못해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며 "유럽의 건강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번 제안은 EU 역내 경기부양책을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대응책으로 7천500억 유로(약 1천1조원) 규모의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을 내놓은 데 이어, 역내 국가들의 공동채권 발행 등 추가 지원책을 놓고 논의가 이뤄져 왔다.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대출보다는 보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대출로 지원해야 한다며 입장차를 보여왔다.
남유럽 회원국들은 경제적 사정이 나은 북유럽 회원국들이 공조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역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균열을 막기 위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그간 크고 작은 이슈를 둘러싸고 적지 않게 마찰을 빚어온 독일과 프랑스가 모처럼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대목에서는 코로나19가 유럽에 가져온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그 무게가 읽힌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가 제안한 코로나19 경제회복 공동기금 구상을 실현하려면 다른 25개 EU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오스트리아가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해 난항이 예상된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로 최악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 연대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반드시 보조금이 아닌 대출 형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르츠 총리는 트위터에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총리와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출로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국가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달리 스페인 정부는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을 두고 "적절한 방향으로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좋은 출발점"이라면서 해당 구상이 축소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와 독일이 내놓은 건설적인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그것은 유럽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의 범위와 크기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신문들과 인터뷰에서 양국의 제안을 "야심 차고 목표가 구체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