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정신건강 우려 큰데…일본서 자살 큰폭 감소
지난달 자살 20% 줄어…"최근 5년간 최대폭 감소"
"재택근무·개학연기 영향인듯…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
(서울=연합뉴스) 유택형 기자 = 일본의 지난달 자살자 수가 1년 전 같은 달 대비 20%나 줄어 최근 5년 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정신건강 우려가 제기되고 자살 예방 상담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자살자 수는 1천455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59명이 적었다.
일본의 자살자 수는 2003년 3만4천여명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후 하향 추세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2만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하향 추세에도 학교에서는 괴롭힘과 기타 사유로 학생 자살은 늘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1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내놓은 재택근무 조치로 자살 예방기관 중 약 40%가 문을 닫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자살에 취약한 집단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실제 지난달 일본의 자살은 되레 큰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일간 가디언은 사태로 직장 출근이 줄고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본인들이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4월 개학은 일부 학생들에게 특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시적이나마 다수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자살 예방 전화상담 기관의 책임자를 지낸 바 있는 사이토 유키오 씨는 "일부 젊은이에게 학교는 압박감으로 다가오지만 올해 4월에는 그런 압박감이 없었다"며 "그들은 가족과 함께 집에 있게 되면서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어진 쓰나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자살자가 줄어든 사례를 상기하면서 "성인들의 경우 전통적으로 국가적 위기나 재해가 닥칠 때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근무가 잦은 일본에서 재택근무로 사무실 통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증가한 것도 4월 자살 급감의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됐다
경제적·업무적 압박감도 자살의 요인으로 꼽히는데 1997년 아시아 지역 외환위기 당시 자살률이 35%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사이토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장기침체하면 자살률인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역설적 현상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는 팬데믹이 정신보건 위기로도 부상했다.
앞서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는 것을 경고하면서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보건당국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긴급히 강조하도록 촉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실직의 충격, 고립과 이동제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거론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지난 수십년간의 무관심과 투자 부족으로 코로나19가 가정과 지역사회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일선 종사자, 사춘기 청소년 및 청년들, 기존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등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ex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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