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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중동갈등·기후변화…팬데믹 뒤에서 세계위기 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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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중동갈등·기후변화…팬데믹 뒤에서 세계위기 곪는다
뉴스타트 연장 난망…미국-이란 갈등·이스라엘 서안병합 눈독
브렉시트 불확실성 증폭…기후변화대응 국제공조는 언감생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국제사회의 시선이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쏠린 새 중대한 세계의 위기가 이면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곪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이처럼 방치된 5대 의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 억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병합 계획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꼽았다.

미국과 러시아의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은 내년 2월 초 만료돼 연장이 필요하지만 논의는 실종됐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냉전 종식과 함께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합의 가운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협정이다.
이 조약이 그대로 폐기되면 군사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에서 핵무기나 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첨단무기 개발에 고삐가 풀릴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는 뉴스타트를 갱신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미국과 러시아 양자가 합의하면 향후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이 뉴스타트에 발목이 잡힌 사이에 중국이 군사굴기를 이룬다며 중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아예 관심이 없고 미국, 러시아, 중국을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안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태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올해 10월 18일 종료될 예정인 이란에 대한 재래식 무기금수 제재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의 해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를 통해 뒷받침된다.
러시아는 제재의 연장을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에 줄곧 대이란제재 강화를 압박해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입 제재를 연장한다면 심각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계속 고조돼왔다.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대이란제재로 이란 경제를 망가뜨렸고 이란은 이란핵합의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축소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이란의 권력서열 2위로 평가되는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살해하는 사건까지 빚어졌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이란핵합의를 유지하려는 국가들은 잦은 이견 때문에 안보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연립정부 구성이 일단락되고 베냐민 네타냐후의 총리직 유지가 당분간 확정됨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도 증폭될 조짐이다.
집권을 연장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상으로 불법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에 병합하는 국수주의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성사되면 그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감대를 이뤄온 '2국가 해법'이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에 팔레스타인은 크게 반발하고 유럽 국가들도 자제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정세에 핵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줄기차게 네타냐후 정권에 편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점령한 시리아 골란고원을 병합하도록 지지했다.
서안지구 병합 계획도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대담해지면서 부풀어 오른 야심일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단행한 영국은 그 효력이 유예되는 전환기간을 올해 12월 31일까지 마치고 실질적으로 EU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그때까지 통상을 비롯한 전반적 미래 관계를 EU)와 합의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협상에 진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전환기간 연장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의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그간에도 글로벌 정치불안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악재 가운데 하나였다.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가 취해온 하드 브렉시트(결별 수위가 높은 EU 탈퇴) 입장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회복에 수년이 걸릴 경기침체가 닥침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팬데믹 때문에 약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시험대라는 의미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성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발병 초기에 각국은 국경을 걸어잠근 채 보호무역, 국수주의로 움츠러들었고 국제사회를 주도해야 할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 팬데믹 방역을 사례로 든 체제우열론에 열을 올리며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국제협력을 향한 기본 마인드는 둘째치고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도 내년으로 연기돼 대응에 힘을 모을 절차를 꾸리는 것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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