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연관 의심 '소아 괴질' 잇단 사망…미·유럽 공포 확산(종합2보)
뉴욕서 어린이 3명 사망 이어 영국서도 14세 소년 숨져
"이탈리아서 발생 30배 증가"…코로나19 연관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권혜진 기자 =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 '괴질'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영국서도 사망자가 발생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 최근 5세 소년을 포함, 3명이 이 괴질로 사망한 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영국 런던에서 14세 소년이 숨졌다.
그동안 노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하다고 알려진 어린이 환자가 속출하자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유럽 곳곳에서 환자 보고…영국서 첫 사망자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런던에서 8명의 어린이에게서 이 괴질이 나타난 이후 지금까지 약 100명의 어린이가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방송은 어린이 괴질 환자 대부분에게서 심각한 폐 질환이나 호흡곤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주로 고열과 발진, 안구충혈, 종창, 일반 통증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부는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나머지는 빠르게 회복됐다는 것이 영국 보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달 런던에서 괴질 증세를 보인 8명 중 14세 소년이 13일 숨졌다. 이 소년은 아무런 기저질환도 없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미국 뉴욕주에서도 최근 이 정체불명의 질환으로 5세와 7세 소년, 18세 소녀 등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앤드루 쿠오모 지사는 전날 브리핑에서 어린이 괴질 환자 약 100명의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영국 외에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도 유사 소아 환자가 발생했다. 이 질환은 유럽에서 먼저 환자가 보고된 뒤 미국에서도 사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뉴욕주 외에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뉴저지 등 15개 주에서 유사 환자가 나타나 사실상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다.
◇가와사키병과 증세 비슷…"코로나에 대한 이상 면역반응일 수도"
의료진들로부터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괴질의 증세는 통상 5살 이하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가와사키병 쇼크 증후군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이 공통으로 고열과 피부발진을 보였으며, 심한 경우는 심장 동맥의 염증까지 동반하는 '독성 쇼크'가 나타났다는 점에서다.
가와사키병은 혀가 크고 붉어지는 일명 '딸기혀' 증세 등 급성 열성 염증 질환을 동반하며 심하면 심장 이상을 초래한다.
의료진은 이에 따라 이 괴질을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새로운 현상"으로 규정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의료진이 공조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피리얼칼리지 런던의 리즈 휘태커 박사는 코로나19 유행이 이뤄진 뒤 어린이 괴질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감염 후 항체 형성이 어린이 괴질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휘태커 박사는 "코로나19의 정점이 있고 나서 3~4주 뒤 이 새로운 현상의 정점이 목격되고 있다는 점에서 '감염 후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마이클 레빈 박사도 어린이 괴질에 감염된 어린이 대부분이 코로나19에 음성반응을 나타냈으나 항체반응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타났다면서 어린이 괴질이 코로나19에 대한 이상 면역반응 영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서 괴질 30배 증가…가와사키보다 증세 심각"
어린이 괴질 환자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연구 보고도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인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에선 이 '가와사키병 유사 질환' 발생 사례가 과거보다 30배나 늘었다.
베르가모의 파파 지오반니 병원 연구진은 2015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5년간 이 병원에서 가와사키병으로 치료받은 어린이 환자 19명을 지난 2월 18일~4월 20일 사이 발생한 어린이 괴질 환자 10명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린 이 연구 결과를 보면 과거에는 석 달에 한 번꼴로 환자가 발생할 만큼 희소병이었으나 최근 두 달 사이에만 10건이 발견돼 발병률이 30배로 늘어났다.
의료진은 또 최근 발병한 10명 중 사망자는 없지만, 증세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심장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훨씬 컸으며 이들 중 5명은 과거 가와사키병 환자에게선 나타나지 않은 쇼크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발생 사례가 적다는 점에서 이 새로운 증후군이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임피리얼칼리지 런던의 레빈 박사도 다행히 대다수 어린이는 치료가 효과가 있어 상태가 나아져 퇴원하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괴질에 대해 "배울 것이 많다'며 질병에 대한 이해를 통해 "왜 대다수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세가 없고, 일부는 매우 아픈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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