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흔들리는 최장집권 아베…日유권자 56% "지도력 부족"
코로나 대응 우왕좌왕·측근 비리 의혹·검찰청법 개정에 여론 반발
도쿄올림픽 개최 전망도 불투명…'아베, 원로 만나 퇴진 상담' 보도까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구심력이 눈에 띄게 저하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거듭 확인됐으며 산케이(産經)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9∼10일 실시한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0%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36.4%)을 웃돌았다.
특히 전국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3%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4.1%로 지난달 11∼12일 조사 때보다 5.1% 포인트 상승했고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4% 포인트 하락한 41.9%였다.
평소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이들 매체의 조사에서 지지 여론이 두 달 만에 비판 여론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으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아베 총리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이 엿보인다.
아베 총리의 지도력에 대해서 응답자의 55.6%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33.5%만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반응했다.
또 경기·경제 대책에 관해서는 55.4%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아베 정권의 인기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여길만한 대목이다.
8∼10일 실시된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6.7%만 아베 총리에게 지도력이 있다고 반응했으며 49.5%는 다른 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13%만 아베 총리에게 지도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일본에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후 아베 정권의 미숙한 대응이 지지 세력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는 엉성한 선내 격리를 실시했다가 전체 탑승자 3천711명 중 712명이 감염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아베 총리는 2월 말에는 전문가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전국 초중고교 일제 휴교를 단행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국이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등 대량 검사로 코로나19 확산세에 제동을 걸 때 일본 내에서는 '증상이 있는데도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아베 총리는 하루 검사 능력을 2만건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실적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전국 모든 가정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는 사업을 밀어붙였으나 마스크에서 벌레 등 이물질이 나오면서 회수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고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는 조롱을 당했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여사는 당국이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지인들과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나돌거나 지방으로 여행을 간 사실이 보도돼 아베 총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여러 악재가 아직 아베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각이 인정하면 검찰 고위직의 정년을 3년 연장하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에 항의하는 트윗이 680만건(11일 오후 8시께, 아사히신문 집계)을 넘었다.
아베 정권은 이번 주 내로 표결을 강행해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라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작년 여름 참의원 선거 때 아베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자민당 의원과 남편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앞서 이들의 비서가 유권자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아베 총리의 측근인 두 국회의원이 불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들을 지원하고 중용한 아베 총리의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가 실적을 부각할 대표적인 기회였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은 내년 여름으로 연기됐다.
연기된 올림픽이 그가 말한 것처럼 '완전한 형태'는 커녕 제한된 방식으로라도 개최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인기가 떨어진 가운데 그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종료하면 더는 임기를 연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중도 사퇴설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슈칸아사히'(週刊朝日)는 최근 "아베 총리 본인도 물러날 때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최근 몰래 파벌 원로인 총리 경험자와 만나 조언을 들었다는 정보도 있다. 그 내용은 역시 퇴진이었던 것 같다"는 익명의 집권 자민당 간부 발언을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수습이 시급한 가운데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실시하기도 어려워 아베 총리가 당분간 반전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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