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루 신규확진 최다 기록한 날 봉쇄완화 '모험수'
하루 1만2천명 확산세에다 '실제 사망자 3배' 분석도
통계조작 논란 속 공식집계에서도 둔화 안보여 우려 촉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공식 집계보다 3배 이상 많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 통계에서조차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완화를 전격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정부가 공개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통계 자료를 인용해 당국이 코로나19 사망자를 과소집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를 22만1천344명으로 집계했다. 미국, 스페인,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다.
하지만 전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천9명으로 집계돼 세계 10위권 밖에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게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4명으로, 전 세계 평균인 36.8명의 절반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러시아의 취약한 보건 체계를 고려했을 때 이처럼 낮은 사망률은 이례적이라고 여겨왔다고 NYT는 전했다.
그런데 지난 8일 모스크바시가 공개한 4월 사망자 통계를 보면 그간 당국이 코로나19와 연관된 사망자를 공식 집계에 모두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자료에 지난달 등록된 사망자는 지난 5년간의 4월 사망자 평균치보다 1천700명이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모스크바에서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 수인 642명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과소집계됐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대통령실 산하 국가경제·행정 아카데미(RANEPA) 선임연구원인 타티아나 미카일로바는 "모스크바 사망자 수 지난 10년간 4월 사망자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코로나19 희생자 수가 공식 집계치보다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모스크바 정부가 지난 3월 도시 폐쇄를 결정한 이후 주민 수천 명이 도시를 떠나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수 있으며, 시내 병원 37곳이 코로나19 환자만 치료하고 있어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도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개인 인구통계학자인 알렉세이 라크샤는 모스크바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 사례의 70%가량이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고, 나머지 지역에선 80%까지 집계에서 누락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소집계가 이뤄지는 원인에 대해 "대다수 사례에서 사인은 사망을 직접 일으킨 장기와 직결된 질환으로 등록될 것"이라며 일부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망자 등록 체계를 조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러시아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지난 하루 동안 모스크바를 포함한 전국 84개 지역에서 1만1천656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날 1월 말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치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지난 3일 1만633명으로 1만명 선을 처음 넘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속해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6주 동안 이어진 전국 근로자의 유급휴무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아직 확산세의 둔화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완화 조치가 시행되는 터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트위터로 "신규 확진자 최고치가 기록된 바로 그날 푸틴은 감염병에 맞서기 위한 전국적 격리 조처를 끝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봉쇄완화를 선언하기는 했으나 러시아 각 지역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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