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印 LG화학 공장 인근 교민 "분위기 대체로 침착"
"공장 이전 목소리는 나와…LG 이미지는 좋은 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곳 주민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착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공장 옆 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공장 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7일 LG화학 공장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교민 차현철(48)씨가 전한 현지 분위기다.
비사카파트남에서 수산물 업체를 운영하며 14년째 거주 중인 차씨는 "사고로 사람들이 충격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주민이 동요하거나 한국 기업에 대해 공격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 공장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차 씨는 "공장과 거리가 멀어 지인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장 인근에 사는 지인들은 가스가 누출되자 곧바로 대피해 무사했다"며 "다른 지인들은 오히려 내게 'LG 직원들은 괜찮냐'고 물으며 걱정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혐한'(嫌韓)으로 번지는 듯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차 씨는 LG폴리머스가 비사카파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한 지 20년이 넘어 사실상 현지화됐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잘해와 주민 사이에서 이미지가 좋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 상당수는 LG가 인도기업으로 알 정도"라고 말했다.
비사카파트남에는 주재원 외 일반 교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폴리머스 공장에도 한국 직원은 5명뿐이며 나머지 300여명의 현지 직원이 공장 운영 실무를 맡고 있다.
차 씨는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공장이 주거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비슷한 사고가 또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9일 LG폴리머스 공장 앞에서는 희생자 가족과 주민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부검이 끝난 희생자 시신을 공장 인근에 놓은 채 공장 폐쇄와 경영진 체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차 씨는 "과거 이 공장이 지어졌을 때는 부근에 인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공장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살게 됐다"고 말했다.
차 씨는 사고 발생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봉쇄 조치가 한 달 반가량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등 주민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격 대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때다 싶어 과격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국민의 불만을 한국기업으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LG폴리머스 공장에서는 7일 새벽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 인근 주민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LG폴리머스는 "이번 사고는 탱크에서 유증기가 누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지 경찰은 LG폴리머스 경영진을 입건해 수사 중이며 인도 국가재난대응국은 봉쇄령 해제 후 공장을 다시 돌릴 경우 1주일의 시험 가동 기간을 두라고 각 제조업체에 요청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