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감염자 30%는 '무증상'…"숨지 말고 적극 검사를"(종합)
"개인정보 보호 강화…면역 약한 고령·기저질환자 상기해 달라"
정부, 무자격 외국인 체류자 검사 확대 "사각지대 없앤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시작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서 확진자의 3분의 1가량은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클럽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방문자들의 적극적인 진단검사 참여가 중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클럽 방문자 중 신변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총 54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클럽이라는 발병 장소 특성상 20∼30대 젊은 층이 확진자 대다수를 차지한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중 20대는 9일 0시 기준 2천979명에서 10일 0시 기준 2천998명으로 19명 늘었고, 30대는 9일 0시 1천177명에서 10일 0시 1천180명으로 3명 증가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아무래도 클럽 방문자여서 20∼30대 젊은 층이 많은 상황"이라며 "그 클럽을 방문하신 분들은 모두 다 검사를 해서 무증상 상태에서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54명의 환자 중 무증상 상태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경우가 3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증상 발병 여부와 관계없이 클럽 관련 접촉력이나 노출력만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게끔 조치하고 있다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다.
클럽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방역 당국의 애로 사항이다. 해당 클럽 중 성소수자들이 자주 가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변 노출을 꺼려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최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저희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약속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도 중대본 브리핑에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드러나거나 특정화되지 않는 범위로 동선을 공개해서 동선을 거쳐 간 분들이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야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유념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특히 건강한 청장년층은 큰 증상 없이 회복되지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가 굉장히 치명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또 하나의 사각지대는 바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다.
박 1차장은 "방역 사각지대의 대부분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집단들"이라며 "불법 체류자 등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집단은 신분 노출을 꺼려 증상이 있어도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이에따라 법무부는 무자격 외국인 체류자가 코로나19 진담검사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불법 외국인 체류자 단속을 일정 기간 유예했으며, 병원이나 행정기관에는 코로나19 기간에 검사·치료를 받으러 온 무자격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신고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박 1차장은 "신분 노출을 걱정하지 마시고 정부가 시행하는 진단검사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런 정부 방침을 주변의 무자격 외국인 체류자들이 알 수 있도록 재난문자 발송 등 홍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클럽 등 유흥시설은 환경적으로 '2m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유흥시설은 지하이고 창문이 없어서 환기하기 어렵고, 사람들이 밀접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감염예방수칙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며 "입장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거나 굉장히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유흥시설에서 마스크를 쓰더라도 음식을 먹을 때는 벗어야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관리 방법을 계속 검토 중이다. 서울시처럼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는 영업을 중단시키는 방법이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신천지대구교회 사례처럼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바이러스 검사 양성률이 약 40%에 달하는 시기도 있었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교회는 여러 번의 예배와 소규모 학습·모임으로 굉장히 밀접한 접촉이 발생해 양성률이 상당히 높았다"며 "이번 클럽 건도 밀폐된 (공간에섬) 밀접한 노출이 있었고 다들 면역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성률은 높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의 경우 확진자들과 같은 시간·공간에 있었던 접촉자를 특정화하기 쉽지 않아 현재로서는 양성률을 속단해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부산의 한 클럽에서는 감염이 크게 전파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 본부장은 확진자들의 (방문 당시) 전염력 차이가 집단감염 확산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66번 환자는 5월 2일 이태원 클럽 방문 당일 발병한것으로 보고됐으며, 부산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는 발병 이틀 전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본부장은 "부산 클럽에서는 아직 추가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비교를 해봐야 알지만, 확진자들이 클럽을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전염력이 있는 시기였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바이러스 유전자(PCR) 검사를 해보면 바이러스 분비량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전염력이 높은 시기에 클럽을 방문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그런 사례들이 좀 더 많았다고 현재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부산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는 발병 이틀 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전염력이 더 낮았을 수 있다고 정 본부장은 추정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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