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기판에 고무 넣어 유연하게"…포스텍, 유연기판 기술 개발
정윤영 교수팀 "롤러블 디스플레이·폴더블폰에 적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종이처럼 돌돌 말리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나 피부에 붙이는 센서 같은 전자소자에 쓸 수 있는 유연한 기판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윤영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팀이 유연 기판 내부에 탄성체(고무)를 넣어, 전자소자 전극으로 사용되는 딱딱한 물질도 부드럽게 구부릴 수 있는 신개념 유연 기판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기판은 전자기기를 구현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그림에 비유하면 기판이 '도화지'가 되는 셈이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유연성이 뛰어난 신소재를 활용해 유연한 전자기기를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소재보다 가격이 비싸고 다루기가 까다로워 '양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런 '양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소재를 이용하지 않고, 기존 유연 기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연구의 방향을 잡았다.
현재 휘어지거나 접히는 전자기기를 만들 때는 주로 '폴리이미드'라는 유연한 성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판을 쓰는데, 이 기판을 폴리이미드로만 만들지 않고 폴리이미드층 사이에 탄성체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변형한 것이다.
연구진은 폴리이미드 사이에 '폴리디메틸실론산'(PDMS)이라는 탄성체를 넣어 기판의 유연성과 충격 흡수력을 높였다. 폴리이미드는 자체가 유연한 소재지만 PDMS는 폴리이미드보다 1천배 이상 더 부드러운 소재다.
이렇게 제작한 응력감쇄형 유연기판은 구부렸다 펼 때 표면 변형률이 폴리이미드 기판보다 80% 이상 감소하고, 기판을 5천번 이상 굽혔다 편 뒤에도 전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개발한 기판 위에는 기존에 쓰던 딱딱한 전극 소재도 적용할 수 있다. 기판 위에 인듐주석산화물(ITO) 전극을 붙이고 기판을 반지름이 4mm가 되도록 수차례 말아도, 이 전극은 깨지지 않았다. 일반 폴리이미드 기판을 쓸 때는 이 수준의 구부림에서 전극이 깨져 버린다. ITO는 일반 디스플레이 제품에는 널리 쓰이지만 깨지기 쉬워 유연 디스플레이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다.
정 교수는 "기판 구조 엔지니어링을 통해, 표면의 전자소자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응력 감쇄형' 유연 기판을 개발했다"며 "유연 기판 내 삽입된 부드러운 탄성층이 기판이 구부러질 때 표면의 딱딱한 전극 소재에 가해지는 응력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껏 신소재 개발을 통한 유연 전자소자 연구가 많이 진행됐는데, 이 연구는 기판의 구조적 변화를 통한 새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산업계에서 성능이 이미 검증된 재료를 사용해 유연한 전자소자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한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유연 전자기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세계 유연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9억1천만 달러였다. 이 시장은 연평균 25.9%씩 성장해 2025년에는 315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연구결과는 이날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연구진은 관련 기술을 국내특허와 미국특허로 각각 출원했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