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앞둔 항공업계 '초긴장'…"더 큰 문제는 2분기"
대한항공 19개월만에 적자 전환 예상…화물 선방에 "영업손실 1천억원 내로 막을 수도"
'생활방역 전환'에도 항공 수요 회복은 요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는 최악의 '마이너스' 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3월부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점을 고려하면 1분기보다 향후 다가올 2분기 실적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여 업계에 드리운 암운은 하반기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다음 주 중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2015년 3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기록한 영업이익 흑자 행진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을 2천4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 여객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매출액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화물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1분기 영업손실을 1천억원 내외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 노선 축소로 운휴 중인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비롯한 의약품 수송을 확대하면서 1분기 화물 운송량이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상하이∼북미 구간 항공 화물 운임지수가 2월 다섯째 주 3.04(달러/㎏)에서 3월 넷째 주 6.59로 2배 이상 오르는 등 국제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해 여객 매출 급감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작년 한 해 별도 기준 3천6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적자 폭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이 3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줄줄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089590]은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 주 중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티웨이항공[091810]도 이달 15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악재와 더불어 국토교통부의 제재 장기화로 실적 악화를 겪은 진에어[272450]도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의 제재 해제가 3월 31일에 이뤄진 만큼 플러스 요인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반짝 특수'를 누리기는 했으나 국제선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위주인 데다 예년에는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이 급증하며 실적의 일등 공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항공 여객 수요는 해외의 방역 상황과도 연관된 만큼 당장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대에 그치고 있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조6천억원 안팎으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적자 폭이 확대되며 영업손실도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도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국토부의 '족쇄'는 풀렸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확장 전략이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은 여전히 '보릿고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분기의 암울한 성적표는 항공업계의 구조 재편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예정대로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과 원가 구조 개선을 통해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산의 인수 작업 연기로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자회사인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의 자본 잠식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주항공은 해외 결합심사 승인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연기한 상태다. '셧다운' 중인 이스타항공의 인력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내부 갈등도 변수다.
양지환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적어도 2분기까지는 국제선 노선의 운항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며, 성수기인 3분기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개학 연기에 따른 방학일수 감소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사상 최악의 항공 업황 하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제주항공의 차입금 증가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가 LCC를 대상으로 기존에 발표한 3천억원의 유동성 지원 외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지원 방식과 규모 등을 놓고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얼마나 조속한 시일 내에 LCC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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