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딜레마에 빠진 KT…'넷플릭스 눈치보기' 논란
KT,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 가능성…"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
통신업계 "KT, 자사 이익에 따라 '이중적 태도' 보인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KT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지금까지 해외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무임승차'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넷플릭스를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해외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무임승차' 논란은 최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표면화됐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국내 통신업체들은 글로벌 CP가 보내는 대용량 콘텐츠를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해외 CP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최근 트래픽 이용 대가를 ISP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절차인 재정신청이 진행되는 도중에 갑자기 소송을 제기해 한국 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독점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한 계약이 올해 하반기에 종료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망 사용료 논란은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KT의 입장에 쏠리고 있다. KT는 현재까지 넷플릭스의 '갑질' 논란에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의 소송 문제에 입장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함구'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KT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기 위해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KT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올레tv와 자사 OTT '시즌' 등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실어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파워는 국내외에서 이미 검증된 것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는 지난 1분기 1천580만명 증가했고, 3월 기준으로 국내 가입자는 272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IPTV 부문에서 사상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가입자도 지난 한 해 동안 45만8천명 증가해 총 447만7천명을 기록했다.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한 KT의 이런 미온적 입장에 대해 KT가 자사 이익을 위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KT는 민영화 이전 공기업 시절 세금으로 전국에 유선 통신망을 구축했고, 정부는 KT 유선망을 필수 설비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다른 사업자는 KT 유선망을 이용할 때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
그런데 KT가 국내 사업자에게는 망 임차 비용을 받으면서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에게는 자사 이익을 위해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면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6일 "KT가 자사 이익이 걸리니 해외 CP의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다"며 국민기업을 표방한다는 KT가 이런 원칙 없는 태도는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KT는 일단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입장을 낼 필요 없다는 것이다.
KT는 현재 넷플릭스와 실무 단계의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T는 현재의 접촉이 어떤 내용인지, 또 어느 단계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KT 측은 "넷플릭스와 협상 중이어서 현재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사업자들이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측은 이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갈등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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