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표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미군공병단 부지'가 대안되나
2003년부터 '원지동 이전' 논란…서울시, 미군공병단 부지 이전 제안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7년간 표류해온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서울시의 '미군공병단 부지' 이전 제안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립중앙의료원을 현 위치인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옮기는 계획은 2003년부터 추진됐지만, 서초구 주민 반대, 행정절차 등에 부딪혀 매번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중구 방산동 70번지 일대 미군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부지를 소유한 국방부에 제안했다.
28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인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하고자 시작됐다.
10년 넘게 계획 단계에 머물던 신축이전 사업은 2016년 12월 서울시가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내 부지 6만여㎡를 국립중앙의료원 운영 주체인 복지부에 매각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서초구 주민들의 중앙감염병원 설치 반대가 이어졌고, 올해 2월에는 경고속도로 소음으로 인해 부지 전체를 2층 이상의 병원 건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후 신축이전 사업은 마땅한 대안 없이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급기야 국립중앙의료원은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겠다는 포기 선언을 했다. 원지동 이전을 위해 꾸렸던 전담 조직인 신축이전팀도 해체했다.
사업 주체인 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고, 원지동 부지 자체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위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명이었다.
원지동 부지는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인 데다가 환경평가 결과 소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2천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원지동 개발안은 도시개발의 논리에 따라 도심의 주요 기능을 팔아 외곽으로 옮기고 도시 규모를 확장하는 공식을 따라온 것"이라며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중추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수행해야 할 기능과 역할과 맞지 않는 부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던 신축이전 사업은 서울시의 미군공병단 부지 이전 제안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축이전 사업이 추진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신종감염병의 진료지침 마련 등을 담당할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현실화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처음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7년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존 시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상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중앙임상위원회, 전원조정 상황실 운영 등 임시방편으로 중앙감염병 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하지만 상시적이지 못하고 분절된 역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중앙감염병 병원의 설치가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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