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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할리우드에 일으킨 아시안 돌풍, 코로나로 퇴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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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할리우드에 일으킨 아시안 돌풍, 코로나로 퇴보 우려
코로나로 인종차별 확산…아시아영화 관심에 '찬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국영화 '기생충' 등에서 촉발된 미국 내 아시아계 영화 돌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퇴보할 우려가 있다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주의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에선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데 이어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이 영화 '페어웰'(The Farewell)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작품상을 가져가면서 아시아계 영화가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작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골든글로브 TV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39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인사들 사이에선 최근 인종차별을 느끼거나 경험했다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ABC 방송 드라마 '굿닥터'의 한국계 배우 윌 윤 리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장을 보러 가기도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내가 백인이어서 아이는 반은 한국인, 반은 백인이지만 매우 아시아인처럼 생겼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토크쇼 '리얼'(The Real)의 공동 진행자로, 베트남과 중국 혼혈인 지니 메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고 인종차별적인 댓글을 지워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인기를 모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은 평소보다 더 조심하게 된다며 "동네를 산책하려고 나가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슬프다"고 토로했다.


일부 배우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혐오나 무지와 맞서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타이거테일'에 출연한 티지 마와 홍콩계 배우 셀리아 오는 광고대행사 IW그룹이 주도하는 반 차별 캠페인 '워시 더 헤이트'(Wash the Hate)에 참여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인종차별이 아닌 손을 씻는 위생 관리만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수단이라고 홍보한다.
일각에선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등을 계기로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할리우드에서 어렵게 얻은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중국계 캐나다 배우인 올리비아 쳉은 "우리가 마침내 진척을 봤다고 느끼자마자 이런 인종 혐오가 우리의 기회에 영향을 미칠지 몰라 걱정된다"면서 "우리를 다시 몇걸음이나 퇴보시킬까"라고 말했다.
티지 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나는 차이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우 닮았다는 사실까지 수용한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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