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탄핵 추진 논의 본격화하나…여론 동향 주목
하원의장 "대통령 탄핵 신중해야"…대법관, 대통령 직권남용 조사 허용할듯
2016년 호세프 탄핵 운동 참여한 시민단체 보우소나루 탄핵 지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여론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27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마이아 의장은 "우리는 인내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며 서둘러서는 안 된다"면서 "브라질 사회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우수 지 멜루 선임 대법관이 마이아 의장에게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한 답변 형식으로 나온 발언이며, 사실상 탄핵 추진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지금까지 마이아 의장에게 제출된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 요구서는 30건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아 의장의 발언에도 세우수 지 멜루 대법관은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 이유로 든 대통령 직권 남용에 대한 조사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모루 전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에 정보·수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형법에 따라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이며, 브라질변호사협회(OAB)는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에 필요한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직권 남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탄핵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단체들이 탄핵을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대표적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자유운동(MBL)은 이날 보우소나루 탄핵 지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운동에도 참여했던 MBL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 19일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설한 사실과 모루 전 장관의 직권 남용 주장을 탄핵 지지 사유로 내세웠다.
보우소나루 탄핵에 대해 여론은 아직 찬반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있으나 시민단체들이 가세하기 시작하면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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