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상환 유예 일단 신청해볼까?…무턱대고 미루다 금융 불이익
29일부터 코로나19 피해 채무자 대출원금 상환 유예 시행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정부가 27일 발표한 신용대출 등 개인채무자 대출 원금 상환 유예 방안은 신용 질서를 다소 훼손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채무자가 위기를 딛고 재기하기 위한 길을 터준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실질적 소득 감소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원래 일정대로 돈을 갚아야 금융 생활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채무자들은 신청 이전에 깊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소득 증빙이 안 되는 직종의 채무자가 거짓으로 유예를 신청하면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29일부터 코로나19 피해로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취약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 상환 유예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상환 유예는 신용대출을 포함해 대출의 종류나 개수에 따라 금융회사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사전신용구제) 특례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특례 2가지로 나뉜다.
채무자들은 특례를 받으면 최장 1년간 이자만 내고 대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개별 금융회사의 개인 프리워크아웃 실적이 총 57만 건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는 채무조정에 더 많은 채무자가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당장 벌이가 줄어 빚을 갚기 힘든 채무자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제도지만, 상환 유예 혜택을 받는 데 따른 불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상환 유예를 받으면 개인 신용도가 깎이거나 금융 이용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향후 3년간 연체 정보가 공유돼 신규 대출이 막히고, 카드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4영업일 이내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일단 연체정보가 전체 금융권에 공유되지는 않겠지만, 해당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든지 완화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소득 감소 증명이 어려운 채무자들은 진술만으로도 이번 원금 상환 유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앞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채무자 지원 방안이 소개되자 따로 증빙하지 않고도 진술서로만 원금 상환 유예를 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일용직 노동자 같은 경우 소득 감소를 문서로 증명해내기가 어려운데, 당장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이들의 재기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다"며 "단순히 원금을 갚는 기간을 뒤로 늘려주는 것일 뿐 거짓말을 할 유인이 큰 것도 아닌 데다 금융거래를 하다 보면 거짓이라는 게 얼마든지 밝혀진다"고 말했다.
진술서가 사실과 다르면 해당 신청자는 금융 질서 문란 행위자로 등록돼 7년간 해당 기록이 남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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