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복소비 아직…"과반이 저축 늘린다" 설문조사도(종합)
패션 명품업계, 중국서 역성장…1분기 실적 크게 악화
사스 직후와 다른 추세…"고용불안 탓 별도 소비진작책 필요"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차대운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중국에서 경제 정상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패션 명품 브랜드들의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거나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소비 활동에 나설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내 일부 패션 명품 매장이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직후 큰 매출을 올리면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현지 업계에서는 아직 신중론이 더 강한 분위기다.
27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케링의 1분기 중국 지역 실적은 모두 부진했다.
구찌 모회사인 케링의 경우 중국을 주축으로 한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실적이 가장 부진해 1분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중국에서 특히 실적 기여도가 큰 구찌 브랜드 판매 부진의 여파가 컸다.
에르메스도 1분기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6억 유로로 작년 동기보다 9% 줄었다. 이 지역은 원래 에르메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LVMH, 에르메스, 케링 3사의 1분기 세계 전체 매출은 각각 17%, 16.4%, 7.7% 감소했다.
최근 들어 이들 패션 명품 회사들에 중국 시장은 한층 더 중요해졌다.
여전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과 미국 매장은 계속 폐쇄 중이지만 세계 최대 패션 명품 시장인 중국 매장은 3월 들어 모두 운영을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반응은 아직 엇갈리고 있다.
일부 중국 매장에서는 1∼2월 봉쇄 기간 억눌렸던 소비가 뒤늦게 대거 이뤄지는 모습도 나타났지만 많은 매장에서는 여전히 손님의 발걸음이 뜸한 편이다.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홍콩계 쇼핑몰인 타이구후이(太古匯) 관계자는 차이신에 사치품, 시계·보석류, 화장품은 회복이 비교적 빠른 상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의 한 백화점 책임자는 "코로너19의 영향으로 사치품과 액세서리, 식당가 등 영업 회복이 모두 느린 상태"라고 밝혔다.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의 한 백화점 운영 회사 임원도 패션 명품과 의류·액세서리 품목의 판매 증가율 회복 현상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 탓에 많은 중국인이 여전히 소비를 꺼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1∼2월 중국 경제가 거의 멈춰서면서 사업가에서부터 일용직 노동자에 달하는 많은 중국인의 수입이 크게 줄었고, 실업률도 급증했다.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치인 -10.0%보다 훨씬 낮은 -15.8%로 나왔다. 1∼2월의 -20.5%에 이어 극심한 소비 위축 현상이 이어졌다.
상하이에 있는 한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에서 이른바 '보상적 소비', '보복 소비'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심이 한국에서도 커졌지만, 이는 국지적으로 나타난 현상을 놓고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말로 보인다"며 "중국에서는 여전히 전 영역에서 소비 침체 분위기가 훨씬 강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중국에서 보복 소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중국 서남재경대학 연구팀이 2만8천여 명의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전과 소비 수준이 같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0%였으며,소비를 늘리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보복 소비를 기대했던 이유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 사스 종식 이후 소비가 급반등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제 조치가 베이징과 광둥(廣東)성에 집중돼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았던 2003년 당시와 달리 올해에는 전국적인 교통 통제와 각지의 봉쇄령 등으로 타격이 훨씬 컸다고 SCMP는 지적했다.
서남재경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은 특히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줘 저소득층의 고용 불안정이 높아졌다"며 "대규모 소비 진작 정책 없이는 보복 소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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