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성장률…비상한 자세로 위기 돌파해야
(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반영된 나라 경제의 첫 종합성적표는 참담했다. 2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민간소비가 6.4%나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게 결정타였다. 코로나 발병으로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GDP의 절반을 구성하는 소비가 심대한 타격을 받으며 GDP를 3.1%포인트나 끌어 내렸다. 그나마 정부가 예산을 조기에 풀어 자체 소비를 0.9% 늘리고, 건설 및 설비투자가 각각 1.3%, 0.2% 증가하면서 성장률 하락 폭을 억제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 하강의 시작일 뿐이다. 팬데믹으로 국경폐쇄와 이동제한 등의 '대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와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충격이 생산과 수출, 제조업, 투자 쪽으로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절벽으로 산업 전반이 동반 부실에 빠져들고 있고 실직자는 넘쳐나고 있다. 현실은 엄혹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관행과 통념, 전통적 위기관리 매뉴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아가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 우리나라는 -1.2%로 각각 예상했으나 이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이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적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 운용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GDP의 10%가 넘는 모두 240조원대의 민생·기업 구제 패키지를 내놨다. 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물론 한계에 몰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재정과 금융을 동원해 안전망을 펼쳤다. 민간 경제가 무너져 사회의 존립 기반인 일자리가 봄눈처럼 증발하는 상황에서는 재정이 최후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용도의 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3차 추경까지 예고했지만, 이 게 다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자금과 함께 긴급고용안정에 10조원 등 모두 90조원대의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팬데믹의 장기화로 기업의 부실화와 실업자 증가에 속도가 붙으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재정 씀씀이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동원한 대책은 '긴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속사포처럼 빗발친 악재에 대한 응급처방으로 방어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쏟아진 대책을 돌아보면서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바이러스가 초래한 미증유의 국난을 전화위복으로 돌리기 위한 공격적 방책을 찾아야 한다. 재정이라는 한쪽 날개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민간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신용경색 해소도 중요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제 흐름이나 시대 변화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비대면(언택트:Untact) 비즈니스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탈(脫) 세계화, 보호무역의 심화 등 급변할 글로벌 산업·통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위한 담대한 '한국판 뉴딜' 추진을 내각에 지시했다. 종전의 경제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확대해 새로 출범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국가적 지혜를 결집해 고통의 터널을 뚫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역사적 경기 부양책을 내놓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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