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먹방] 제천 약초요리 브랜드 '약채락' 음식점 '산아래'
(제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한방도시 제천에는 한약재 등 지역 특산품을 소재로 만든 음식 브랜드 약채락(藥菜樂)이 있다.
약채락은 제천시가 만든 음식 브랜드로,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면 즐겁다'는 뜻이라고 한다. 제천에서 생산되는 11종의 약초가 주재료다.
약채락의 모든 음식은 자체 개발한 4가지의 '약념'(藥念)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4대 약념은 황기로 만든 약 간장, 당귀가 들어간 약 고추장, 뽕잎이 들어간 약초 소금, 양채(서양 채소)가 들어간 약초 페스토다.
서울, 대구, 금산과 함께 4대 약령시장 중 하나인 제천은 황기와 당귀의 본고장이다.
제천에서 생산하는 두 약재는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페스토(pesto)는 바질을 빻아 올리브유, 치즈, 잣 등과 함께 갈아 만든 녹색의 이탈리아 소스다.
약채락 브랜드에서 관리되는 18개 업소는 모두 4대 약념을 기본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다.
산아래는 이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식당 중 한 곳이다.
◇ 조미료 쓰지 않고 음식 재료로 맛 살려
제천시 봉양읍의 산아래는 2006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주인 박태현 씨가 귀촌하면서 시작한 식당이다.
식당 가는 길은 식당의 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풍경이다. 연녹색 옷을 갈아입은 가로수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니 그야말로 야트막한 산 아래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아래 밭둑에서 아주머니들이 냉이를 캐는 모습이 보였다. 시골에서만 엿볼 수 있는 푸근한 모습이다. 식당 인근의 산과 들에는 봄꽃들이 피어 있었다.
아른한 봄 정취에 취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이번에 소개할 메뉴는 우렁된장과 오덕(오징어와 더덕) 쌈밥이다.
조금 기다리자 우렁된장, 오징어 더덕 볶음, 발아현미 돌솥밥, 아욱국에다가 20여가지 반찬이 한 상에 차려졌다. 신선한 쌈 채소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밥은 도정을 하지 않은 발아 현미와 유기농 백미 등이 함께 섞여 지어진 돌솥밥이다.
밥을 한술 뜨자 고소한 맛이 전해져온다. 흰 쌀밥 대신에 영양가가 가장 많은 발아 현미를 섞은 밥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
신선해 보이는 쌈 채소에 우렁된장을 얹어 조심스레 입안으로 싸 넣으니 은은한 우렁된장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내친김에 오징어와 더덕 쌈을 먹어봤다. 달았지만 인공적인 감미료에서 나온 맛이 아니었다. 쌉싸름한 더덕 맛과 오징어의 오동통한 육질이 씹히는 맛도 제대로였다.
서울의 고급 유기농 음식점에서 밍밍한 맛의 음식을 비싼 값을 주며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곳은 달랐다. 맵고 짜고 단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은은하게 전달됐다. 박씨는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했다.
◇ 모든 음식 재료가 유기농
이 식당은 쌈 채소는 물론, 모든 음식 재료가 유기농이라고 한다.
반찬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평창군의 '육백마지기'에서 말린 황태로 만든 황태 조림이었다. 맛은 고소했다. 김부각에 쓰는 설탕도 유기농 설탕이다.
고구마 맛탕은 어렵게 구한 옛날식 전통 조청을 쓰고, 참나물과 말린 취나물 등도 유기농 식자재로 조리됐다. 김도 염산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골라서 받는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콩이 GMO 제품이어서, 콩을 재료로 한 두부 요리는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란찜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맛이 유달리 고소했다.
이 식당은 '자연방사 유정란'을 사용한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풀어놓은 닭이 낳은 계란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박씨는 계란 보는 법을 알려줬다. 계란에 인쇄된 숫자와 글자 가운데 맨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계란은 끝 번호가 1번이었다. 1번은 자연 방사를 한 계란이다. 끝 번호가 높을수록 사육 환경이 나빠지는데, 4번은 좁아서 닭이 움직이기 힘든 일반 사육장에서 나온 계란이다.
박씨는 "집에 가서 계란 뒷번호를 보시면 대부분 4번일 것"이라고 말했다.
◇ 꾸준한 단골손님들
식사 중 밭둑에서 냉이를 캐던 아주머니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가게서 일하는 사람들인지 물었더니 단골 손님들이라고 한다. 냉이도 캐 가고 식사도 하고 간다고 한다.
가게 이름을 딴 막걸리도 생산하고 있다기에 한번 맛을 봤는데 일반 막걸리와는 달리 톡 쏘는 맛이 다소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주인 박씨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3년에는 농림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충청북도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귀가해서 냉장고 문을 열고 계란을 확인해봤다. 끝 숫자가 4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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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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