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자유낙하…'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까지 20% 폭락(종합)
6월물 WTI 25% 안팎 곤두박질…'-37달러' 5월물 WTI, 만기일에 간신히 플러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국제 원유시장의 유례없는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수급 거래 자체가 붕괴한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10시30분 현재 배럴당 24.2%(4.94달러) 내린 15.4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배럴당 11달러 선까지 밀렸다.
만기일(21일)을 맞은 5월물 WTI는 간신히 플러스권을 회복하고 있다.
5월물 WTI는 배럴당 39달러가량 오른 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한 바 있다.
다만 유의미한 가격으로 보기에는 5월물 거래 자체가 미미한 편이다. 5월물 거래량은 4천700건으로 6월물(약 100만건)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장중 20달러 선이 깨졌다. 같은 시각,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18.50%(4.73달러) 하락한 20.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5월물 WTI의 '마이너스 유가'에는 선물만기 이벤트라는 특수한 요인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글로벌 원유시장 전반적으로 하락 압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쳐나면서, 유가 수준과는 무관하게 더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초대형유조선(VLCC)뿐만 아니라, 미국산 원유를 저장하는 오클라호마주 쿠싱 저장고도 조만간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나 항공업계의 실수요는 아예 사라진 상황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선물 트레이더들로서는 최대한 인수를 늦추면서 장기계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6월물 WTI도 결국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6~7월께 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서 서서히 국제유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다.
WTI 7월물은 23달러, 11월물은 3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몇 달 간 원유를 저장할 탱크만 있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 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에너지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에게 이 매우 중요한 기업들과 일자리가 앞으로 오랫동안 보장될 수 있도록 자금 활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파산 상황에 직면한 셰일 업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유가 폭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원유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 비축유를 구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멕시코만 저장시설의 여력을 감안하면 비축유 구매도 제한적이다.
국제유가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뉴욕증시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오전 11시 현재 531.93포인트(2.25%) 내린 23,118.51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8.24포인트(2.77%) 하락한 2,744.9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90.98(3.40%) 내린 8,269.74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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