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필요없다더니…"백악관NSC 지난달 중순 대만에 SOS"
WP "포틴저 부보좌관 주도,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내부에 경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지난달 중순 백악관 직원용 마스크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만에 SOS를 요청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관련 상황을 아는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직원용 마스크 물량 미비가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처 기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미국 내 보호장비 부족 사태를 감안, 해외로 눈을 돌려 지난달 14일 대만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이때는 미 당국이 공식적으로는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방침을 내리던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3일에서야 국민에게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의 자발적 착용을 권고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는 공식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안에도 이면에서는 NSC 차원에서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백악관 직원용 마스크 확보전에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동시에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 및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 등을 두고 백악관 내에서도 인식의 간극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대만은 미국의 요청에 50만개의 수술용 마스크를 정부 대 정부 수송 방식으로 기부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국가전략비축량(SNS)용으로 보관됐으나 3천600개는 백악관 직원 및 당국자용으로 따로 배정됐다는 것이다.
대만이 기부한 마스크는 N-95는 아니고 수술용이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를 통해 백악관은 행정부의 마스크 착용 관련 방침 변경 2주 전에 이미 마스크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WP는 이번 일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당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그 이면에서 핵심 백악관 인사들을 위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벌어졌던 쟁탈전 사이에 극명한 간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시에 일부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일찌감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에 드라이브를 걸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의 마스크 물량 확보전은 매슈 포틴저 NSC 부보좌관이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이 감염 확산을 줄여 미국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감염 확산 방지를 통한 행정부의 정상적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난 1월부터 아시아 지역에서의 코로나19 발병 문제를 예의주시해왔다고 WP가 전했다
그는 특히 백악관 간부들에게 코로나19가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WP가 관련 상황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그 위험성을 직접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최근 나온데 이어 NSC 고위 당국자도 조기에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언급해왔으나 내부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월스트리트(WSJ) 기자 출신인 포틴저 부보좌관은 과거 아시아 지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취재를 한 경험이 있는데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전략과 관련해 아시아 지역 인맥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눠왔다고 WP는 보도했다.
실제 포틴저 부보좌관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수술용 마스크를 조기에 착용하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팀 멤버들과 미국 및 NSC 등 백악관 인사들을 위한 믿을만한 마스크 공급원을 수소문하던 와중 대만의 마스크 공급망 및 생산역량이 탄탄하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달 14일 대만정부 당국자들과의 통화에서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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