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직접대출 온라인 접수제 할까말까…소진공의 고민
시스템은 이미 마련…대출집행 속도 느려질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1.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숙(57)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급감하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1천만원 직접대출'을 신청하기로 했다.
직원이 2명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라 새벽에 줄을 설 수 없었던 김씨는 먼저 온라인으로 방문 상담 예약을 시도했다.
소위 '컴맹'인 김씨는 대학생 아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소진공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접수 시작 2분 만에 마감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며칠 동안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김씨는 차라리 줄을 서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에 하루 가게 문을 닫고 새벽 5시에 근처 소진공 센터를 찾았다.
#2. 대전의 한 상가에서 네일숍을 하는 37세 이모 씨는 온라인 상담 예약으로 줄을 서지 않고 1천만원 직접대출에 성공한 사례다.
수강 신청이나 티켓 예매 등으로 온라인 신청이 익숙한 이씨는 시도 이틀 만에 소진공 상담 예약에 성공했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예약 시간에 관련 서류를 들고 소진공 센터를 찾았다.
신청 5일 만에 돈을 받은 이 씨는 센터에 길게 줄을 섰던 50~60대 소상공인들을 떠올리며 '온라인으로 접수까지 한다면 이분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소진공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1천만원 직접대출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도 실행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소진공은 직접대출 신청을 위해 밤샘 대기하거나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자금 신청과 상담, 대출 약정서 작성 등 모든 절차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 접수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대출 신청을 위한 방문 상담 예약은 온라인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두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소상공인에게만 특혜를 주고 그렇지 않은 중장년층 소상공인은 역차별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상공인 632만명 중 50대 이상 비율은 57.7%에 달한다.
소진공 관계자는 16일 "지금 온라인 상담 예약도 접수 시작 2~3분 만에 마감되는 등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면서 "연세가 있는 소상공인들은 결국 젊은 사람들만 온라인 신청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접수까지 된다면 중장년층만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으로 대출 신청을 받으면 대출 집행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점도 소진공의 고민이다.
온라인 접수의 경우 신분증 사본, 사업자 등록증, 통장 사본, 임대차 계약서 등만 제출하면 되지만 소진공 직원들이 일일이 서류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따른다.
결국 현장 접수보다 시간이 더 소요돼 대출 신속성을 위해 개발된 온라인 시스템이 오히려 대출 집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소진공 관계자도 "온라인 접수 시스템 자체는 준비된 상태지만 오히려 대출 집행이 느려지고, 시스템 과부하가 걸려 소상공인 불편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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