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감산 압력 방어한 멕시코 '의기양양'…"대가 따를것" 지적도
OPEC+ 40만 배럴 감산 요구에 10만 배럴 감산 관철
멕시코 대통령 "특별 대우받았다" 자평…후폭풍 우려 나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요구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멕시코가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국영석유회사 부흥을 지상과제로 삼아온 멕시코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환호를 끌어냈지만, 이번 결과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합의를 언급하며 "멕시코가 매우 잘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멕시코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 산유국들로부터 존중을 받았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OPEC+는 12일 화상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해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지난 9일 총 1천만 배럴 감산에 잠정 합의했으나, 40만 배럴 감산을 요구받은 멕시코가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통을 겪다가 결국 나머지 국가들이 멕시코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멕시코가 채우지 않은 30만 배럴은 OPEC+에 참여하지 않은 미주 지역 산유국인 미국, 캐나다, 브라질이 총 370만 배럴 감산으로 기여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결과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OPEC+ 합의 직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도 트위터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설계한 전략이 먹혔다"며 "좋은 소식"이라고 자축했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줄곧 생산량이 감소해온 국영석유회사 페멕스의 회생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연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고향 타바스코주에 건설하는 페멕스 정제시설도 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적 합의'로 불린 이번 감산 합의의 발목을 잡으면서까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함으로써 '페멕스 살리기'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취임 이후 한 번도 외국을 방문하지 않고 국내 이슈에만 집중해온 그의 '멕시코 우선주의'와 자신의 소신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태도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OPEC+ 결과에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결국 작지 않은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페멕스 사외이사 출신의 카를로스 엘리손도는 12일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에 쓴 칼럼에서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국가주의에 환호하겠지만 기뻐할 이유가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벗어나는 것은 대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 합의에 발목을 잡으면서 이미지도 악화하고, 다른 나라들의 보복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칼로스 피터슨은 블룸버그에 "대통령이 멕시코를 국제적으로 불편한 위치에 놓이게 했다"며 "의도치 않은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멕시코 감산 할당량을 떠안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가 어떤 식으로든 이를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손도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무엇도 공짜로 준 적이 없는 사람이다. 모든 게 주고받기"라며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르지만 멕시코에 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데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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