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대중 관세 탓 손 소독제·살균제 부족 심화"
코로나19에 수요 급증한 물품들, '트럼프 관세'에 막혀 수입 차질
"중국 의존도 줄여야" vs. "소비자에게 피해 전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악전고투 중인 가운데 가뜩이나 부족한 손소독제와 살균제의 공급이 대중(對中) 관세 탓에 더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의료제품기업과 무역상들은 최근 잇달아 세관에 관세 완화를 요청하는 청원을 냈다.
이들은 관세로 인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필요한 물품들의 가격을 오르고, 부족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화학제품 회사 루브리졸은 코로나바이러스 살균에 효과적이라며 소독제 글루타르알데히드에 부과된 25%의 관세를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정 티슈 제작사 베리글로벌은 밀려드는 수요에 대처하려 애쓰는 시기에 천연소재로 만드는 레이온섬유인 비스코스에 부과되는 관세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한 무역업자는 손소독제가 부족하다는 고객들의 요청에 중국 측 파트너로부터 수입해오는 절차를 밟았으나 관세가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마스크와 청진기 커버, 검사용 장갑 등 100여개 의료용품에 대한 대중 관세 면제를 허가했다.
중국으로부터 의료용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마스크 등의 물량 확보를 위해 정부에 관세 면제 요청을 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관세 면제 목록에 들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주 제너럴모터스는 코로나19 대응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 제작에 필요한 압축 소음기와 쇠고리 등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마취 기계와 안면 보호기를 비롯해 병상에 까는 표백하지 않은 면직물 등에 대한 관세 면제 요청도 제기됐다. 대부분의 제품은 미국에서 구할 수 없고 중국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기업들은 밝혔다.
지난 1월 1단계 미중 무역합의가 이뤄졌지만 미국은 현재 3천700억 달러(약 448조5천510억원)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지지하는 단체 '번영하는 미국 연합'(CPA)의 제프 페리 이코노미스트는 "훗날 사람들은 지금을 돌아보면서 '미국은 무슨 생각으로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포함해 엄청난 규모의 물품을 외국에서 들여왔을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과 무역업자들은 관세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손 소독제를 수입하는 K7 디자인그룹의 마이클 캐플런 회장은 "결국 이들 제품의 가격은 치솟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을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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