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임계점…부동산 거품 꺼지면 소비 크게 부진"
"보험硏 "가계부채와 소비 동반증가 관계 약해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가계부채 규모가 임계 수준에 도달해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해소될 때 가계부채 조정이 동반되면 소비에 대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가계부채 저량(stock)의 시대 도래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약해지는 등 저량의 시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유량(flow)은 소득이나 투자와 같이 일정 기간 발생한 경제변수의 흐름을, 저량은 자산이나 자본처럼 어느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경제변수의 양을 의미한다.
특정 기간 가계부채가 얼마 늘었다고 할 때는 유량 개념이고, 가계부채가 특정 시점에 얼마에 달한다 하면 저량 개념이다.
가계부채가 크지 않으면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의 소비여력을 늘려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고, 정부는 유동성 공급을 늘려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하면 가계는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게 되고, 설사 신규 대출을 받더라도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게 된다.
실제로 2014년 이전엔 가계신용(가계부채+판매신용) 증가율이 높아지는 시기에 민간소비 증가율도 높아지고 가계신용 증가율이 낮아지는 시기에 민간소비 증가율도 낮아지는 모습이 뚜렷했다가 2015년엔 이런 관계가 약해졌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유량)의 긍정적 효과보다 가계부채 규모(저량)의 부정적 효과가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저량의 시대에는 경제 충격에 가계소비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계신용 증가율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국가에서 주택가격 하락에 가계부채가 조정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함에도 가계신용은 오히려 증가했다.
앞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축소되고 여기에 가계부채 조정까지 동반되면 가계소비가 크게 부진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저량의 시대에서는 유량의 시대와는 달리 경제 충격에 따라 가계부채 조정 가능성이 커지기에 가계부채 조정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소비 부진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저량의 시대에는 소비와 경기 진작을 위한 통화정책이 효과가 떨어져 경기의 재정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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