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비전 코로나19에 삐걱
가트너, 세계 수요 급감에 비메모리 시장 6% 감소 전망
'서버 수요 급증' 메모리는 14% 성장…하반기는 위태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비전 2030' 선포가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3나노 공정 최초 개발, 극자외선(EUV) 라인 본격 가동을 잇달아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변수로 등장했다.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비메모리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당분간 메모리 시장 수요에 기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나가야 할 전망이다.
◇ 세계 경기에 좌우되는 비메모리, 올해 쉬어갈 듯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4천154억달러(약 502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0.9%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3.9%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6.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가트너 리처드 고든 부사장은 "비메모리 시장은 스마트폰, 자동차, 소비자가전 단에서의 급격한 수요 위축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서버와 모바일 양대 시장에 국한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모든 전자제품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통상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최근 코로나발 언택트(비대면) 소비로 급성장하고 있는 서버 시장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이어서 수혜를 입는 비메모리 제품군이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모바일 등 전자제품 시장 악화가 가시화한 상황은 아니지만, 2분기부터 현실화하기 시작하면 비메모리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4월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2030 비전 선포식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8일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 6개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시스템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평균 16조원 수준으로 아직은 메모리 반도체(62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2%포인트 하락해 1위 TSMC와의 격차가 되려 벌어지기도 했다.
비메모리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소니를 겨냥해 1차 공략목표로 내세운 이미지센서 시장도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올해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가 206억달러로 전년 대비 7%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메모리 반도체 '선방'에 안도…하반기는 위태
성장세가 주춤하는 비메모리와 달리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연간 9.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이와 관련 "데이터센터의 재고 축적 수요로 올 2분기 서버용 반도체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7∼9%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도 D램 가격은 올 들어 3개월째 상승세를 보였으며, 서버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4월 가격 상승 폭도 추가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메모리 시장 또한 올 하반기 코로나19 확산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001200] 이승우 연구원은 "하반기까지 반도체 가격 강세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며 "서버 투자 확대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시장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강한 서버용 수요도 하반기에는 모멘텀 약화를 예상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수요 왜곡은 올해 말을 지나면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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