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령도 못 막은 모정…1천400㎞ 달려가 아들 구한 印여성
홀로 스쿠터 타고 이동…"아들 데려온다는 일념으로 공포 극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령 때문에 이동하지 못하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쿠터를 타고 1천400㎞를 달려간 인도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다.
PTI통신 등 인도 언론은 10일 남부 텔랑가나주에 사는 여성 라지아 베굼(48)의 이런 사연을 보도했다.
텔랑가나의 니잠마바드에 거주하는 베굼은 지난달 25일 인도 전역에 국가봉쇄령이 내려지자 이웃 주인 안드라프라데시의 넬로레에서 발이 묶인 막내 니자무딘이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봉쇄령으로 주 간 이동은 물론 외출까지 제한돼 아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베굼은 멀리서 마음만 졸일 게 아니라 직접 아들을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지역 경찰에 읍소한 끝에 통행 허가증도 손에 넣었다.
이동 수단은 스쿠터. 식량으로 빵을 챙긴 베굼은 6일 오전 1천400㎞에 달하는 장정에 올랐고, 다음날 오후 아들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인도에서 여성이 인적 없는 길을 며칠간 홀로 스쿠터를 모는 일은 쉽지 않았다.
봉쇄령이 내려진 터라 곳곳에서 길을 막은 경찰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허가증을 보여줘야 했다.
베굼은 "여자가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먼 길을 가는 것은 어렵고 무서운 일"이었다며 "하지만 아들을 데려와야겠다는 일념은 모든 공포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1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베굼은 현재 공립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맏아들은 공대를 졸업했고 이번에 데려온 니자무딘은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니자무딘은 지난달 12일 친구와 함께 넬로레에 갔다가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베굼은 "혹시 맏아들을 보냈다가 놀러 나온 것으로 오해받아 경찰에 체포될까 봐 내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베굼은 아들을 스쿠터 뒤에 태우고 8일 밤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인도에는 10일 오전 현재 6천412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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