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 고용충격에 우리도 실업대란 가시화…일자리가 최우선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실업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지난달 16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달(12만5천명)에 비해 적어도 3만5천명이 늘어난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였던 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만7천명 늘어난 데 이어 폭도 확대됐다. 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으로 극심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산업현장의 고용조정이 적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로 드러난 셈이다. 이런 고용조정은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 관광·문화 공연 관련 산업에서 시작해서 다른 산업 쪽으로, 매출 감소를 견디기 힘든 영세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쪽으로 퍼질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 전반이 실업대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경영이 어려워도 휴업·휴직으로 버티며 고용을 유지하려는 기업에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도 요즘 하루에 2천건 안팎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로 1천500건 남짓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면 실업 대란의 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정부가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다지는 대책을 신속히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발 실업대란 위기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3월 13일 이후 일자리를 잃고 새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건수가 무려 1천675만건에 이른다. 종전까지 월 최다 청구기록이었던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2년 10월의 69만5천건이나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의 66만5천명에 비해 2.5배 수준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오일쇼크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프랑스와 영국의 지난달 후반 2주간 실업급여 신청자가 작년 동기 대비 10배가 늘어나는 등 서유럽에서도 고용 빙하기의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나 진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도 2억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실업자 폭발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교역 위축으로 이어져 그 여파가 개방형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이된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내수가 급감하면서 관광 서비스, 외식산업이 무너진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 격감 여파는 실업대란의 속도와 강도를 높이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번 없어진 일자리는 다시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거나 폐업한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자금을 다 쓰고 더는 견디기 어려울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자금도 정신력도 소진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도움이 가장 절박한 자영업뿐 아니라 피해 기업들에도 고용유지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업자의 생활안정 대책을 비롯한 사회안전망도 촘촘히 보강해야 한다. 단순히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준비하거나 사업 재기에 필요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듯이 올해 우리 경제는 아무리 잘해도 1%대의 성장은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성장률 둔화나 역성장은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실업양산과 함께 온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비상경제 대책 재원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막힌 물길을 터주고 여기에 더해 고용 충격과 실업대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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