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부활절…코로나19 길어져 종교 내 분열 커진다
"공산당도 미사는 금지 않았다" 반발 부글부글
각국 봉쇄령에 의식 중시하는 전통파 vs 일반상식파 갈등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종교 단체들이 각국 정부 지침에 따라 종교활동을 제약하면서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1일자 최신호에서 진단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신도들 사이에서 코로나19라는 외부의 적에 함께 맞서기 위해 결속하기보다는 신앙심을 표출하는 방식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대립하는 모습이 전 세계 곳곳에서 포착됐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성당, 교회, 회당, 사원 등에 모여 다 함께 기도하기보다는 각자의 집에서 기도하자고 제안하지만 이를 그대로 따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거역하는 이들도 있다.
종교가 있는 사람 중에 많은 이들이 보건 당국의 권고를 종교 원칙에 못지않은 방식으로 준수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목격된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탬파에 있는 '리버' 교회의 로드니 하워드 브라운 목사는 지난달 29일 주(州) 정부의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수백명이 모이는 예배를 두차례 강행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티칸에서 4월 12일 부활절 미사를 신자 없이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등 전례 없이 '고요한' 부활절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공산주의자들조차도 부활절 미사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주교는 지난달 29일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구원받을 수 있다"며 신자들에게 당분간 교회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 일부 동방기독교 국가에서는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유대교 신자 사이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온라인으로 예배 정족수를 채우는 데 동의하는 유대인들도 있었지만, 정통파 유대교인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봉쇄령에도 기도, 결혼식, 장례식 참석을 고수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가톨릭 주교와 정치인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미사를 중단하도록 협력하는 와중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라고 부르며 교회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앞으로 종교의 생존은 신자들에게 그간 필수적이라고 여겨온 의식을 중단한 이유를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적인 가톨릭 신학자 제임스 앨리슨은 가정에서 성찬 예배를 하도록 독려하면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변화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모두에게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