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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회·경제 대격변기"…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특별보도
신구가치 충돌…유교·가부장·권위주의 vs 탈권위·개인주의·여권
기생충·BTS가 새로운 한국의 상징 …코로나 대응에서도 변화 읽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이 사회·경제적 깊은 격변기를 겪고 있다'는 제목의 심층 분석기사에서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한국'(New Korea)을 알리는 선봉에 선 가운데 한국 사회가 유교·가부장·권위주의 등 전통적 가치와 탈권위·개인주의·여성의 권리 등 새로운 가치의 충돌 속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러한 큰 흐름에 걸림돌이 됐지만, 코로나19가 가시고 나면 변화는 계속될 것이며 오는 15일 치러지는 총선은 변화를 갈망하며 '촛불 시위'를 벌였던 한국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 매기는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자 최신호에 게재되는 특별보도를 통해 30여년 전 민주화를 이룬 한국사회에서는 그간 전통적인 상명하달식 경제·사회적 의사결정과 새롭게 대두된 개인주의·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의견표출 간 빚어지는 긴장감이 뚜렷했다고 소개했다.
그런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보이밴드"가 된 방탄소년단은 한국정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성공 신화를 만들었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이 같은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밴드가 나온 것에 서구 사회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계급투쟁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 2월 10일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휩쓸며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은 한류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통적 사회·경제적 표준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직전 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의 수상 후 청와대에서 열린 축하연에 초청된 것이 그러한 흐름의 정점을 찍는 듯했지만 이내 코로나19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의무간 충돌에 대한 논쟁은 보류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증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가적 대응과 함께 공공의 선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는데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 모두 위기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상반된 모습으로 나란히 공존했다고 밝혔다.
전자는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강력한 국가와 이에 협조하려는 국민이 뜻을 모아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 대피를 비교적 잘 이행한 것이다. 국가는 사회적 격리를 명령하는 대신 통신과 신용카드 기록 등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며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데 광범위한 권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게 있는데 바로 투명성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투명하지 못한 대응을 했던 것이 '촛불 시위'로 이어졌다면서 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민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는 15일 치러지는 총선은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외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이행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물러나면 한국은 낡은 체제와 경직된 사고에 대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며 여성들이 그 선봉에 설 것이라고 봤다.
특히 "부유한 국가 중 한국사회는 일하는 여성의 지위가 거의 최악"이라며 여전히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3분의 2에 못 미치고, 남녀차별 역시 심각한 문제라며 한 조사에서 70%의 여성이 직장에서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있고, 그 결과 한국은 0.92%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회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날 경우 개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간 간극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혼란 상태인 '아노미'(anomie)가 우려되는데, 현재 극심한 세대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가 그러한 단계를 관통하고 있다는 경희대 김중백 교수의 의견을 소개했다.
또한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누려왔지만 이러한 모델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삐걱대기 시작했고 2019년 경제 성장률은 10년 내 최저인 2%에 그쳤다면서 경제적 변화 역시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단 한국이 코로나19가 초래한 슬럼프에서 빠져나온다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며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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