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원유감산 안하면 경제·군사협력 위험" 사우디 압박
하원 공화당 의원 48명, 왕세자에 서한…트럼프 "감산 합의 없으면 많은 선택지"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유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동참 촉구에도 반독점법 등을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는 미국에서 가격 폭락으로 자국 원유 생산업체들이 위기에 처하자 여당이 직접 나서 사우디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 48명은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향한 서한에서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통한 유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양국 간 경제적·군사적 협력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은 중동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양국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를 보장하는 안정성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및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수천 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재정 및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하면서 "사우디가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 정부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상호 조치를 권장하겠다"고 언급했다.
로이터는 "가격 폭락은 파산·해고 등으로 미국 석유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서한에 서명한 의원들은 서한을 주도한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를 비롯해 원유를 생산하는 주(州)를 기반으로 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 상원 공화당은 지난달 사우디가 감산하지 않으면 사우디에서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미군을 철수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과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이 지속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를 중심으로 감산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나왔다.
사우디와 러시아를 포함한 OPEC+는 미국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도 감산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감산 합의를 요구하면서도 반독점 때문에 자국 기업의 원유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루 1천만∼1천500만 배럴의 감산을 중개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사우디는 OPEC+의 감산 수준이나 분배 방식에 대한 어떤 합의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OPEC+ 긴급 화상회의는 9일 예정돼 있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낮은 유가로 인해 미 원유생산 기업들이 거의 하루 200만 배럴까지 점차 감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미 원유 생산 업체들이 이미 생산을 줄였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9일 OPEC+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미국이 감산을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줄였다"며 "나는 그들이 그것을 해결할 것으로 본다. 지난주 많은 진전이 있었고, 내일 OPEC+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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