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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헌법 없는 영국…존슨 입원으로 리더십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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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헌법 없는 영국…존슨 입원으로 리더십 공백 우려"
현대 영국은 사실상 대통령제…라브 대행체제에 불안한 시선
존슨 건강상태 베일속…코로나 대책 두고 분란 지속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중환자실(ICU) 치료를 받으면서 영국에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문헌법이 없어 권력승계가 명문화돼 있지 않은 영국에서 지휘 체계와 관련한 내각 혼선이나, 주요 결정을 둘러싸고 입지를 넓히려는 장관들 간의 갈등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영국 정부에서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총리 대행직을 맡아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는 전날 중환자실로 이동한 존슨 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헌법적 정통성이 부여되지 않은 임시방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 영국 정치에서 총리가 상당 기간 직무능력을 상실한 것은 초유의 사태다.
당장은 정부가 형식적으로 굴러가겠지만 존슨 총리의 회복 기간이 길어지는 사태가 불거진다면 정부의 정책결정 기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비서실장이던 조너선 파월은 "존슨 총리의 부재 기간이 길어지면 여건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런 위기(코로나19 사태) 속에 현대 사회에서 정부가 총리 없이 기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의원내각제는 전통적으로 집권당의 '동등한 의원들 가운데 첫째(first among equals) 자리'로 선출된 의원이 행정수반인 총리를, 다른 의원들이 장관을 맡는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오면서 행정수반이 점점 더 큰 권력을 쥐고 주요 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 중심제의 성격이 짙어졌다.
파월은 "내각제가 옛날 같지 않다"며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로 총리는 대통령에 가까워졌고 핵심 결정을 하려면 총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중대한 결정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 역할을 대신하게 된 라브 외무장관의 역량을 두고도 우려 섞인 시선이 감지된다.
라브 장관이 코로나19 대응에서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구조할 항공편을 조직하는 등 주로 지엽적 업무를 해왔기 때문이다.
NYT는 라브 장관이 존슨 총리의 위임에 따라 비상시국에서 국가안보 회의를 주재하겠지만 그는 자기 권한을 주장하며 나서려는 여러 야심에 찬 장관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 맷 행콕 보건장관, 마크 세드윌 내각장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 등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주요 업무를 맡아 상대적으로 큰 발언권을 행사해왔다.
수낙 재무장관과 행콕 보건장관은 경제와 보건이 딜레마에 빠진 이번 사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방안을 두고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부인하지만 이들 두 장관을 포함해 집권 보수당의 고위 의원들 사이에서 내홍이 불거졌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만에 하나 존슨 총리가 숨지거나 총리직에 복직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면 보수당은 임시 총리를 내세우고 새 당수이자 총리를 선택할 선거를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비상시국에서 당내 선거운동을 하는 방안은 논외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존슨 총리가 복직하지 못한다면 라브 장관이 임시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으나 이 또한 불확실한 관측일 뿐이다.


영국 정부는 존슨 총리가 '표준 산소치료'를 받고 있지만 폐렴을 앓고 있지 않으며 기계에 호흡을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혔을 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존슨 총리의 병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존슨 총리가 '표준 산소치료'를 받는다는 총리실 발표에 따라 환자의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 투여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 정도만 드러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존슨 총리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거나 중태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전임 총리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그 사실을 아예 은폐하거나 자세한 설명을 자제한 바 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1953년 심각한 뇌졸중이 왔을 때 몰래 시골집에서 요양하면서 간호사와 비서진을 통해 정부 문건을 받아봤다.
대처 총리가 1983년 망막박리 때문에 사설 의료원에서 수술대에 올랐을 때도 정부는 총리의 위치를 숨겼다.
블레어 총리는 2003년과 2004년 부정맥으로 심장 수술을 받았을 때는 이를 미리 알리지 않았고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복직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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