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교민사회 "서로 돕고 나누면서 코로나19 함께 극복해요"
2천만원 마스크 무료배포·자가격리자 밑반찬 지원 등에 '잔잔한 감동'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서 태국 교민사회에서 서로 돕고 나누며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깊은 행보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수요 폭증으로 구매가 어려운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자가격리 중인 이들에게 밑반찬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배달만 가능한 식당업자들을 위해 '한인 식당 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는 것 등이다.
방콕 후웨이꽝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식당 '붐쉬림프'를 운영하는 성대현(39)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중순부터 구하기 힘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교민들에게 나눠주며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배달 음식 고객에게 마스크 10매와 손 세정제 2개를 넣어주지만, 손님이 아니더라도 교민이나 한국인이면 상관없다.
지난 2일 찾은 가게 정문에는 '마스크 무료배포 받아 가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스크·손 세정제 구매 비용으로 2천만원가량을 썼다는 성씨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가게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500만원어치를 구매해 무료 배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교민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이후 태국 및 한국 마스크 업체와 줄이 닿아 대량 구매한 뒤 많이 나눠드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단가도 올라 대량 구매해도 장당 17밧(약 630원)이 넘는다고 한다. 마스크 10장 및 손 세정제 2개 가격이 235바트(약 8천800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재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마스크 나눔은 구매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만 진행할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성씨는 1일부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태국인들을 위한 '음식 무료 나눔'도 시작했다.
도시락과 물 한 병 100세트가 금세 동이 나면서 150세트로 늘려 나눔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씨는 "조금이나마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서로 돕고 나눠 위기를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다. 저도 해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면서 나눔의 마음이 널리 퍼지기를 바랐다.
대한불교 조계종 한마음선원 태국 지원도 지난달 21일부터 태국 입국 후 자가격리 중인 교민 및 한국인들을 위한 의미 있는 나눔을 펼치고 있다.
자가격리로 인해 식사하거나 음식 재료를 사는 게 불편한 이들을 위해 배송비를 부담하면 매주 한 차례씩 밑반찬 서너 가지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다.
꽈리 멸치볶음, 진미 채 무침, 깻잎 조림, 총각김치, 깍두기, 어묵볶음, 오징어채 볶음 등 한국 밑반찬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주에는 30명가량이 신청했지만, 외국인 입국 금지가 시행된 지난달 26일 이후로는 매주 2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밑반찬 나눔 봉사는 일단은 이달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마음선원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변에 자가격리로 불편을 겪는 분들이 계시는 걸 보고 조그만 도움이라고 될 수 있을까 해서 시작한 일"이라면서 "교민들은 물론, 불가피하게 업무 때문에 태국에 와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나마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민 등 2천여명이 가입한 한 온라인 대화방에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 운영 교민들을 위해 영업시간 및 매장 위치, 전화번호 그리고 이용 가능한 배달 앱 등을 정리한 '한인 식당 리스트'도 올라와 교민들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런 행보에 온라인 대화방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교민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
일부 교민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도 어떤 식으로든지 이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문의도 하는 등 '나눔 정신 전파' 움직임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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