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망자 24만명 시나리오도 낙관론?…"백악관내에서도 논쟁"
워싱턴포스트 보도…"모형 가정과 현실 달라 사망자 더 커질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면 10만명에서 24만명의 미국인이 사망자가 발생하고, 아무 조치가 없다면 150만명에서 220만명이 사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백악관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밝힌 미국의 사망자 예측 모형의 핵심 내용이다.
이 예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지난달 30일까지 2주간 계획한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지침을 4월 말로 한 달 더 연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 중에서도 이 추정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며 백악관 내에서 정확성에 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은 '소신파'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주변에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예측의 신뢰성을 평가할 기초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예측 기간이 몇 달인지, 1년 이상인지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지난달 31일 TF가 12개의 모형을 검토하고 이 중 5~6개에 근거해 예측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는데, 임페리얼 칼리지와 워싱턴대의 모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평가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는 아무런 조처가 없을 경우 2년 간 220만명, 온건한 조치시 110만명이 사망한다고 봤는데, 이 추정이 백악관의 최악 시나리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워싱턴대는 여러 모형 중 가장 적은 3만8천명에서 16만2천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백악관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10만~24만명 사망자 발생의 주요한 출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러나 WP는 워싱턴대 모형의 가정을 놓고 볼 때 백악관이 제시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낙관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워싱턴대는 미국의 모든 주가 재빨리 자택대피령을 취해 이를 여름까지 지속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자택대피령을 내리지 않은 주가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침 준수 기간이 4월말 끝나면 정상화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 모형은 환자군의 특성을 토대로 한 추정 방식이 아니라 중국의 사망자 추이 곡선을 활용한 통계적 접근법을 취했다. 내털리 딘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 모형은 미국의 모든 주도 중국처럼 빨리 대응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낙관론이 내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백악관이 이 모형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의도에 의문을 표시하고 장기 대응 전략을 가졌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수치보다 더 적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제프리 셔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백악관의 예측이 너무 낮다고 생각지 않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면서 "우리는 사망자를 10만명 이내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셔먼 교수의 예측 모형도 백악관이 참고한 자료 중 하나였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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