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로 취약계층 늘며 사회안전망 '흔들'
노숙자 쉼터·무료급식 수요 느는데 인력·시설 부족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서 미국의 사회 안전망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견된 시애틀에서는 노숙자 쉼터와 생명의 전화, 무료 급식소 등에 지원 요청이 급증했다.
이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살이나 가정 폭력, 약물 사용 등에 대한 신고가 25% 늘어 한 달에 2만5천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안전망 분야 관계자들은 새로운 중독자나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경제 셧다운 상황이 몇 달 간 지속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침대 간격을 60㎝ 정도로 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전염 위험 때문에 간격을 3배 정도 더 벌려야 해서 같은 시설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3주간 무료급식소 수요가 20%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시애틀에서는 통상 한 주에 200∼300명이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로 근무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신청이 뚝 끊겼다고 한다. 현재는 감염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방문자의 증상 여부를 확인하느라 직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2007년 금융위기 때도 자금줄이 마르는 등 어려워도 경제가 어떻게든 굴러갔지만, 지금 상황은 기차가 선로에 멈춰 선 것처럼 전례 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회 지원 시설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전역의 노숙자는 약 57만5천명으로 이 가운데 7만명이 로스앤젤레스에 몰려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노숙자를 연구하는 데니스 컬핸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노숙인 중 가장 많은 50대는 신체 연령이 70대와 비슷해 감염됐을 경우 같은 연령대에 비해 입원율이 2∼3배는 높을 것"이라며 "노숙인 수요에 맞추려면 전국적으로 40만개의 침대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뉴욕시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전 한꺼번에 많은 노숙인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현재는 감염자 때문에 독립 시설을 확보해 과밀집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간 노숙자에게 샤워장과 화장실, 레크리에이션, 무료급식을 제공했던 시설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을 중단했다.
무료급식소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소수의 검진을 거친 자원봉사자만 근무하고 있으며, 근무자들은 기부가 줄어든 상황에서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이 무료급식을 신청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ayy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