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기업 자금 지원, 철저한 자구노력 원칙 지켜져야
(서울=연합뉴스) 채권단이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27일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이 회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다음 달 만기 도래하는 6천여억원의 해외공모사채도 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대책에 대기업을 포함한 이후 이뤄진 첫 지원 사례다. 매출 격감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두산중공업으로서는 화급한 자금난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정부와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이 무너질 경우 예상되는 산업경쟁력 훼손과 시장 불안,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등에 따른 대규모 실업 우려 등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사업재편 등으로 생존 기반을 다져 더는 국가 경제의 짐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관광, 호텔, 외식, 항공업은 물론 수출 제조업까지 매출 급감으로 현금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38조원 규모의 우량·비우량 회사채펀드 가동을 서두르길 바란다. 별문제가 없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에 빠져 일시적 자금경색을 겪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 산소호흡기를 달아줘야 한다. 생산과 투자,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위기는 곧 민생의 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부실 민간기업에 무작정 국민 혈세를 퍼부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것처럼 총수 일가, 법인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들의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철저한 자구노력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이 아니라 부실이 구조적이라면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도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의 모럴해저드로 채권단의 지원금을 탕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차제에 산업 정책 전반을 원점에서 돌아볼 필요도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칡넝쿨 규제 개혁 등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는데 이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소비·공급망 붕괴로 전방위적인 위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수 있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세제, 규제, 노동, 환경·에너지 분야 등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건의를 내놨다. 때만 되면 나오는 집단이기주의적 민원도 있겠지만 경청할만한 내용도 있을 것이다. 꼭 두산중공업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지닌 원전산업 정책 등은 국내 전력수급이나 환경 문제, 국제적 흐름, 지역 경제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일이 절박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산업 경쟁력과 고용까지 염두에 둔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정책발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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