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중도파 간츠와 연립정부 꾸릴듯
간츠, 새 의회 의장으로 뽑혀…청백당은 분열 위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라이벌인 중도파 지도자 베니 간츠(60)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은 2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가 총리직을 번갈아 맡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새 연립정부에서 내년 9월까지 18개월 동안 먼저 총리직을 수행하고 그 후 간츠가 30개월 동안 총리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간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을 이끌어온 간츠는 그동안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와 손잡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간츠 대표가 입장을 바꾸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서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보수 강경파 지도자인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기간이 모두 14년으로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로 통하지만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현지 언론은 청백당에서 간츠를 지지하는 의원들과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진영의 의석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의 과반인 61석을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간츠는 이날 크네세트 표결에서 찬성 74표, 반대 18표로 새 의장에 선출됐다.
집권당인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의원들이 대거 간츠에 찬성표를 던졌다.
간츠가 의회 의장을 맡은 것은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정부 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됐다.
간츠는 의회 의장에 뽑힌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비상 거국내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수많은 (코로나19) 감염에 직면했고 희생자 수가 매일 늘고 있다"며 연립정부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자신이 의회 의장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2천693명이고 이들 중 8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2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청백당은 33석을 얻어 리쿠드당(36석)에 이어 2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간츠는 지난 18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로 지명돼 연립정부 구성 권한을 받았다.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15석),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7석)이 '네타냐후 퇴진'을 명분으로 간츠 대표를 총리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츠가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하기로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청백당은 분열 위기를 맞았다.
청백당의 '2인자'로 꼽혀온 야이르 라피드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츠가 표를 강탈한 뒤 네타냐후에게 선물했다"며 간츠를 강하게 비난했다.
간츠와 라피드는 작년 2월 청백당을 함께 창당했으며 청백당은 리쿠드당을 위협하는 정당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작년 4월과 9월 총선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모두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이스라엘의 정국 혼란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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