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때 만든 G20…코로나19 비상상황서 또다시 공조(종합)
사상 첫 화상회의…"세계경제에 5조달러 투입" 성명내며 공조 다짐
AP "호화로운 만찬과 건배 사라져"…文대통령 "성공적 대응모델 공유"
국가별 신경전도…트럼프, 중국 겨냥한 듯 "정보공유 논의"
시진핑 관세축소·푸틴은 제재 일시해제 주장…EU "무역 열려있어야"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50만명 이상을 전염시킨 대유행병으로 번진 긴박한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후 9시 개최됐다.
20개 경제 부국의 모임인 G20의 이번 정상회의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긴급한 여건을 고려해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 형태로 열렸다.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공동 대응을 위해 창설됐는데, 10여년만의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댄 것이다.
AP통신은 양자회담, 귓속말 후 웃음, 주최국의 호화로운 만찬과 건배 풍경이 사라졌다며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G20 정상들이 어느 때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G20이 2008년 위기극복에 기여한 것과 같은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각형 화면의 좁은 영상을 통해 만난 각국 정상들은 비장한 어조로 단결을 호소하며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올해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효과적 공조, 세계 경제 신뢰 재건과 함께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지원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리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지만 아직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유행과 싸우기 위해 전시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여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며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정책, 경제 조치 등 5조달러 이상을 세계 경제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 정상들도 지혜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 진단시약 조기 개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설치, 자가격리 앱 등 창의적 방법들이 동원됐다고 소개하면서 "성공적인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 연합체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G20 국가별로 1억달러씩 지원해 자금 부족분 20억달러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자신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약물로 치료를 시도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등 전쟁의 상처에 이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돕기 위한 인도적 기금 마련을 제안했다.
정상들의 발언에는 국가 간 미묘한 이해관계가 담기며 신경전을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모두 즉시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극도로 중요한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정보 투명성 문제를 지적해온 중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조달러의 재정지출을 포함해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 확대 등 6조달러의 대책을 설명하면서 다자간 행동과 조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관세 축소와 무역장벽 철폐를 거론했다. 대중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켰던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국경 폐쇄나 일방적 관세 부과를 피하자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열린 국경 정책을 고수해 왔지만,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관광객 등에 한해 미국과 육로 국경 통행을 제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심각한 전염병 피해국에 대해 기존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해 주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본 이란 등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 국가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G20이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재정·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을 주장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례 없고 강력한 대규모 대응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G20 정상회의 참석 후 공동 성명을 통해 "대규모로 조율된 국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보호·의료 장비를 제조·공급하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역과 공급망이 열려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부자 나라들이 아프리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며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경기 촉진 패키지를 지원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도 아프리카에 대한 채무 경감을 요청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G20이 긴급 자금조달 능력의 2배 증액, 특별인출권을 통한 글로벌 유동성 지원, 최빈국의 부채 부담 완화를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고,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향후 15개월간 최대 1천600억달러에 달하는 코로나19 구제 패키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후회 없이 싸우자면서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구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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